중화권 매체 명경신문망(明鏡新聞網) 계열의 잡지 외참(外參)은 최신호에서 1980년대부터 중국 시장에 대규모 자본을 쏟아 부으며 사업을 벌여온 리카싱 회장이 시진핑 정부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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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 부호 리카싱(李嘉誠) 청쿵(長城) 그룹 회장. |
리 회장의 ‘차이나 엑소더스(탈출)’는 지난 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작년 7월 리 회장 소유의 슈퍼마켓 체인인 바이자(百佳)를 매각한 데 이어 상하이 루자쭈이(毓家嘴) 오리엔탈파이낸셜센터(OFC), 광저우의 두후이(都薈) 광장과 주차장을 잇달아 처분했다.
지난 해 11월엔 중국 증시 상장기업인 창위안(長遠)그룹의 지분 4317만주를 매각했다. 창위안 그룹은 그동안 ‘리카싱 테마주’로 불린 기업으로, 리 회장이 중국 대륙에서 유일하게 투자한 회사였다.
올해 들어서도 IBM, 노키아 등이 입주해 있는 베이징 잉커센터(盈科中心)를 매각하는 등 지난 해 8월 이후 지금까지 중국 주요도시에서 4조원 이상의 부동산을 처분했다.
리 회장의 이같은 결정은 신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현지 언론은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면서 나온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리 회장이 중국 정부가 지지하는 렁춘잉(梁振英ㆍ60) 후보 대신 헨리 탕(唐英年ㆍ62) 후보를 지지한 것이 시진핑 정권과 멀어진 결정적 계기라고 외참은 전했다. 당시 렁춘잉 후보는 반재벌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반면, 헨리 탕 후보는 친기업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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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싱 회장. |
시 주석은 집권 이후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며 재벌 기업인들에게 엄격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정권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해 온 리 회장에게는 이같은 분위기 변화가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홍콩 최대 부동산 재벌인 순훙카이(新鴻基) 그룹의 토머스 쿽(郭炳江ㆍ62) 공동 회장도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중국 광둥성 출신인 리 회장은 중ㆍ일 전쟁 당시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피난을 갔다가 1980년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이때 덩샤오핑(鄧小平)의 막내아들 덩즈팡(鄧質方) 등 관가와 인연을 맺은 것이 사업 추진에 큰 도움이 됐다. 1990년대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과도 관계를 유지하면서 부동산 투자와 부두 건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갔다.
현재 리 회장의 사업 부문은 부동산부터 에너지, 호텔, 생명과학,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다양하다. 그 중 부동산 개발회사인 청쿵그룹의 시장가치는 세계 3위로 평가된다. 리 회장의 개인 자산은 303억 달러(약 33조4390억원)로 아시아 1위, 세계 16위의 부호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