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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빛나는 진심’ 이주영 장관의 아름다운 퇴장
취임 40여일만에 월호 사고 발생…136일간 진도 팽목항 머물며 사고 수습 전념 유가족들도 마음 열어
반백의 머리, 수십 일째 면도를 못해 덥수룩한 흰 수염. 지난 7월 세월호 국정조사 때 보였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모습이다. 초췌한 그의 모습은 희생자 가족의 절절한 사연과 애끓는 아픔을 나누려는 책임있는 당국자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랬던 그가 이제 떠난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이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그간 사퇴를 만류했던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하는 공직자의 참된 모습을 보여줬다”며 그를 순순히 보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3월 6일 해수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292일만이다. 부산지법 부장판사를 지내고, 새누리당 4선 의원(창원 마산합포구)이었던 그는 윤진숙 전 장관의 갑작스러운 중도 하차로 해수부장관에 발탁됐다.

하지만 취임한 지 40여일만인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주무부처 장관으로 진도 팽목항에 장기간 머물며 사태 수습에 매달려 왔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사고수습 초기 때는 유가족들에게 멱살이 잡혔고, 유가족들이 머물렀던 진도 체육관에는 발조차 디디지 못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간이침대에서 먹고 자며 사고 수습에만 전념했다. 직접 상황실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브리핑 했고, 진도군청에 마련된 범정부대책본부에서 수색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러자 유가족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이 장관의 사퇴를 만류했던 것도 다름 아닌 유가족들이었다. 그렇게 그는 136일 동안 팽목항에 머물렀다.

11월 7일 세월호 특별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자, 나흘 뒤인 11일 실종자 수색작업이 종료되고 18일에는 세월호 범정부사고대책본부도 해체됐다. 이 장관은 범대본 본부장을 그만두면서도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하는 혈육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 여러분에게 무슨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슬픔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이 장관을 향해 “앞으로 어느 자리에 있든지 나라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새 정부들어 떠밀려 사표를 제출하거나 파면당했던 고위관료들만 지켜봤었기에, 이 장관의 퇴장은 차라리 아름답다. 이 장관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임식을 한 뒤 새누리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짧지만 강렬했던 관료재직 경험이 그의 남은 정치인생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길 기대해본다.

원승일 기자/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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