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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경제정책방향 출발부터 삐걱…개혁방안 발표 하루만에 퇴행
[헤럴드경제 = 하남현ㆍ이정아 기자] ‘구조개혁을 통한 체질개선’이라는 내년도 경제정책의 근간이 출발부터 흔들리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개 개선 ㆍ직역연금 개편ㆍ가을학기제 도입과 같은 핵심 사안들이 거센 반발에 직면하며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줄줄이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자칫하면 내년에 2년차를 맞이하는 ‘초이노믹스’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시장 개혁부터 험로에 놓였다. 지난 23일 진통끝에 노사정(勞使政) 간 큰틀의 합의를 이뤄내기는 했지만 주요 핵심 사안은 비껴나갔다는 평가다. 정부가 강력히 주장해온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는 세부 과제에 포함되지 못했다. ‘노동 이동성’, ‘노동시장 활성화’라는 모호한 표현이 합의문에 들어갔을 뿐이다. 임금ㆍ노동 시간과 인력 구조조정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한 이견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갈등이 예상된다.

공공부문 개혁의 주요 의제인 사학ㆍ군인연금 개편은 아예 시작도 못하고 ‘장기과제’로 밀려났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공무원연금에 이어 직역연금도 추가 개편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내년 6월과 10월에 각각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한 개편안을 내놓겠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정부는 연금 개혁 작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단 하루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강하게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공무원연금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여당이) 매일 노력하고 있는데, 군인ㆍ사학연금 개혁을 우리와 상의 없이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있느냐. 기가 막히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여당의 반응은 뜬끔없다. 공무원ㆍ군인ㆍ사학 등 3대 직역연금을 내년까지 개혁하겠다는 것은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했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된 내용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이 마련되면 다른 직역연금들도 이를 준용하도록 돼 있어 실무부서에서 연금개혁안 추진 일정을 잡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부와 국방부는 ‘협의체’를 구성해 연금개혁에 대한 실무 검토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더욱이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둔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와 총리 공관에서 가졌던 실무 당정청회의에 보고된 당정협의 자료에도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의 검토 일정이 적시돼 있었다. 새누리당이 “내용을 보고 받지 못했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는 그래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유가 어쨋든 국회 호령에 정부가 입장을 번복한 만큼 사학ㆍ군인연금 개혁은 적어도 공무원연금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수면위로 떠오르기 어렵게 됐다.

교육은 물론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을학기제 도입’ 역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학 시기를 한번에 조정하지 혹은 순차적으로 진행할지 문제부터 대학 입시일정 변경 등 신학기제 도입을 위해 고려해야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굳이 이같은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면서까지 가을학기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해외에 자녀를 유학보낼 수 있는 일부 부유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부의 주요 구상이 출발점에서부터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면서 구조개혁과 경기진작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구조개혁 작업을 둘러싼 갈등이 오히려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가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잘짜였지만 문제는 실천이 아니겠느냐”며 어려운 때일수록 구조개혁의 고통을 분담하고 성장 과실을 나눠 갖는 상생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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