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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슈퍼리치 결산] 90代에 꿈이룬 신격호, 슈퍼갑 논란 조현아, 연봉킹 권오현...
[특별취재팀=성연진 기자] 부호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 걸까. 올해 한국 사회를 나타낸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제2 롯데월드’는 90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휘한 작품이다. 지난달 헤럴드경제 특별취재팀이 ‘한국의 비싼 땅’ 주인을 전수조사한 결과, 청담동 거리의 ‘대지주’로 조사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70대다. 오너 경영자를 보좌하는 최고경영자(CEO) 가운데서는 60대인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애플의 CEO를 누르고 최고 소득자로 꼽혔다. 그러나 60대 이상의 재계 어르신들이 여전히 호령하는 사이, 한창 경영수업 중인 40대 상속녀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땅콩 회항’으로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당분간 전면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익장상, 90대에 꿈이룬 신격호 회장=한국 재계 초고령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93세의 나이에 두가지 꿈을 이뤘다. 상반기에는 ‘클라우드’로 맥주시장 진출에 나섰다. 신 회장은 1999년 진로쿠어스 맥주 입찰,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 등 틈만 나면 맥주 사업에 끼어들 만한 기회를 잡으려 애써왔다. 최근에는 그의 버킷 리스트 가운데 하나였던 서울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초고층 빌딩, ‘제 2롯데월드’가 여러 잡음 속에서도 문을 열었다.

둘 다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 때문에 초고령의 나이에도 젊은 경영인 못지않은 추진력으로 슈퍼리치 ‘노익장상’을 수상했다. 실제 두 사업을 둘러싸고 아들인 신동빈 회장보다는 신격호 회장의 이름이 더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아직 롯데의 창업주로서 그의 상징성이 더 크단 뜻이기도 하다. 다만 제 2롯데월드에서 일어나는 잇단 사고는 롯데그룹 숙원사업의 빛을 바래게 하고 있다.

재계는 신 총괄회장이 겉으로는 건재하지만, 워낙 고령인 만큼 조만간 후계구도가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는 그의 형인 신동주 회장이 맡고 있다. 그러나 한국 부문 사업이 일본보다 규모가 커, 이를 둘러싼 후계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형제 간의 롯데쇼핑 지분 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 주식 423만7626주로 13.46%의 지분을 보유, 형보다 0.01% 더 많다.


▶일거양득상, 청담동의 대지주 이명희 회장=한국에서 ‘부’를 논하는데 부동산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강남구의 청담동은 각종 명품 브랜드가 터를 잡으면서 ‘럭셔리의 상징’이 됐다. 특별취재팀이 지난달 이곳의 땅주인을 전수조사한 결과, 청담동 명품거리 한가운데 89번지의 경우 고급빌라인 마크노빌을 제외하고 사실상 거의 모든 필지가 ‘신세계 패밀리’ 소유로 조사됐다.

특히 이명희 회장은 개인 명의로만 청담동에 ㎡당 1000만원 이상 필지 5개를 보유하고 있고,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딸 정유경 부사장도 청담동에 땅을 갖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이 보유한 필지 8곳을 합하면 3680㎡를 넘는다. 시가는 최소 86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 신세계 패밀리가 보유한 필지는 현재 분더샵을 비롯해 신세계 인터내셔날에서 수입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들어서 있다. 때문에 이 회장은 청담 명품 거리의 랜드마크를 선점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자 수익도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회장은 IMF 직전인 1996~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 필지를 주로 매입했다. 신세계그룹이 회사 차원에서 보유한 청담동 땅도 적지 않다. 이명희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필지와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소유한 땅을 합할 경우 최소 시가만 총 2750억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賞), ‘땅콩회항’ 오명 쓴 조현아 전 부사장=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회항’으로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인물이 됐다. 탑승 전 알코올 섭취 논란과 더불어 과거 아버지뻘인 인하대 총장에게 막말을 했던 것이 보도되면서 더욱 난처해졌다. 하와이에서의 쌍둥이 출산경력도 다시 재점화됐다.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부사장직에서는 물러나고, 칼호텔네트워크에는 여전히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의 이번 ‘땅콩회항’으로 동생인 조원태 부사장의 교통사고 과정에서 불거졌던 70대 노인과의 갈등이나, 조현민 전무의 낙하산 논란 등 한진가(家) 자제 모두가 ‘설상가상’ 상태가 됐다. 아울러 이로 인해 반기업, 반재벌 정서가 확산되면서 재계 오너들 전반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조현민 전무는 언니인 조 전 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지난 17일, 부서 직원들에게 반성문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내 논란을 가중시켰다.

그는 e-메일에서 자신부터 반성한다면서도, “잘못된 조직 문화는 한 사람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라고 밝혀 ‘책임전가’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 노조 게시판에는 총수 일가와 회사가 여전히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24일, 조 전 부사장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베스트 스태프상, 팀 쿡 압도한 연봉 킹 권오현 부회장=직장인의 꿈. 임원은 흔히 오너 경영인을 돕는 ‘리치 메이커(rich maker)’로 일컬어진다. 웹툰 미생에서 윤태호 작가는 ‘회사가 원하는 임원이란, 구름 위를 기어오르는 자가 아닌 두발을 굳게 땅에 딛고서도 별을 볼 수 있는 거인’이라 표현했다.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겸손한 전략가’만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4월 지난해 등기임원의 연소득이 발표됐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연봉 17억8800만원, 성과급 등을 더하면 총 67억7300만원을 회사로부터 받아 최고 보수의 CEO로 화제가 됐다. 특히 권 부회장의 소득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를 압도했다. 쿡 CEO는 당시 한화 기준 44억8620만원의 보수를 받아 권 대표이사보다 20억원가량 적었다. 물론 그는 애플의 지분을 수백억원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소득만으로는 자산 규모의 승패마저 가늠할 순 없다. 그러나 임원 연봉 분야에선 삼성전자가 애플을 앞지른 셈이 됐다.

다만 내년 초에는 권 부회장의 기록이 깨질지 모른다.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사장이 지난 3분기까지 가장 급여를 많이 받은 임원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각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신 사장은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급여 12억9600만원, 상여 16억4400만원, 기타 근로소득 90억9400만원 등 총 120억3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오현 부회장은 이 기간에 62억5700만원을 받아 4분기 신 사장을 역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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