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봄부터 겨울까지…한결같이 뜨거웠던 분양시장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서울지하철 8호선 복정역 1번 출구 인근 견본주택 밀집 지역. 21일 찾은 이곳은 마치 퇴근시간의 도심 도로를 옮겨다 놓은 듯했다. 좁은 도로를 서로 마주보고 오던 차량이 서로 뒤엉켜 옴짝달싹 못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주차관리를 하는 견본주택 직원이 달려와서야 이 작은 ‘체증’은 해소됐다.

위례신도시 내 아파트의 올해 분양 일정이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견본주택을 찾고 있었다. 이제는 아파트 분양 열기가 오피스텔이나 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번진 모습이다. 투자상담. 네 글자를 써 붙여놓은 상가 분양업체나 부동산 천막이 수십 동이 자리 잡았다. 아예 컨테이너 박스에 임시 사무실을 차려놓은 곳도 있었다.

위례 아트리버 푸르지오 견본주택 안에도 유닛을 둘러보는 방문객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대개 중년 부부나 주부들이었다. 올해 위례신도시에서 분양 ‘막차’를 탄 이곳 분양 관계자는 “청약이 끝난 상태지만 아직도 하루 평균 1000명 가까이 방문한다”며 “2014년은 건설사들이나 분양업체에게 잊지 못할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21세기 최대 분양물량 = 올해 분양시장은 무엇보다 양적인 면에서 예년을 앞질렀다. 아파트 분양 물량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이달 9일까지 업체들이 전국에서 쏟아낸 분양 물량은 23만7697가구(임대아파트 제외)였다. 지난해 공급된 18만5968가구에 비해 27.8% 증가했고,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8만4573가구가 분양됐다. 작년 분양분 7만8764가구와 비교해 11.9% 늘었다. 5대 광역시에선 지난해 대비 무려 65.1% 증가한 6만424가구가 분양됐다. 으레 분양시장 비수기로 인식되는 12월에도 분양이 그치질 않는 것도 이례적인 모습이다.

건설사들이 앞다퉈 분양에 나서면서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액도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대주보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집계된 분양보증액은 52조원이 조금 넘는다. 지난해 분양보증액(37조7811억원)을 일찌감치 넘어선 수준이다.

대주보 관계자는 “분양보증액이 크게 늘어난 건 오피스텔 등도 보증범위에 포함시킨 탓도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올해 분양된 아파트가 그만큼 크게 늘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분양시장의 ‘핫 플레이스’를 묻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위례신도시를 꼽는다. 2014년 분양시장은 위례를 중심으로 1년 내내 활기를 띠었다. 22일 위례신도시 견본주택 밀집지역 모습

▶청약경쟁률 대박…지역별 양극화도 나타나 = 단순히 분양물량만 많은 건 아니었다. 청약자들도 대거 청약에 도전하면서, 당첨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이전까지 청약을 완료한 사업장 가운데, 144곳에서 모든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다. 지난해엔 64곳뿐이었다. 12월에도 전국적으로 분양이 이어지고 있고, 청약자들도 몰리면서 1순위 마감 단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지자체별로 따지면, 세종시의 청약성적이 가장 우수했다. 올해 4월 중흥S-클래스리버뷰2차를 시작으로 총 16개 단지, 89개 주택형이 이곳에서 분양됐다. 이 가운데 1순위에서 청약 마감된 주택형은 79개로, 마감률이 90%에 육박했다.

958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14만63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46.2대 1을 기록한 ‘래미안 장전’. 그리고 451가구를 모집하는데 6만2670명이 청약을 신청하며 평균 139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위례 자이’는 올해 분양시장의 열기를 오롯이 상징한다.

하지만 이런 일부 사업장이 거둔 거대한 성과의 그늘에는 주목받지 못한 아파트들도 존재한다. 청약자들이,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유망 지역에만 지나치게 몰린 탓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내년에는 청약제도가 ‘무장해제’ 수준으로 대폭 개편되기에 인기 지역에만 청약자가 몰리는 현상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분양가는 야금야금 올라 = 분양가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오름세를 나타냈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지역별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856만원(이하 3.3㎡당)으로, 1년 전보다 6.0% 올랐다.

전국의 평균 분양가격은 올해 5월에서 7월 사이 소폭 하락했던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12월 이후로 줄곧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울이었다. 올해 평균 분양가는 2024만원으로 1835만원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10% 조금 넘게 뛰었다. 주요 광역시(7.1%), 수도권(2.9%), 기타 지역(4.6%)에서도 모두 분양가가 비싸졌다.

권일 닥터아파트 분양권거래소장은 “청약제도 개편으로 1순위 청약자들이 늘기 때문에 강남 재건축 등 인기 지역에서는 분양가를 낮추진 않겠지만 비인기 지역의 경우 무작정 추세에 발맞추긴 힘들 것”이라며 “청약 경쟁률이 쏠림현상을 보이는 것처럼, 분양가도 인기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whywh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