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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박승윤] 참 힘들었던 2014년
2014년 갑오년,기업들에게 참 힘든 한해였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많은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허덕였다. 내수경기 진작책은 국회 입법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힘을 잃었다. 총수가 영어의 몸이 되거나 병상에 누워 유고 상태인 대기업들도 많다.

올해 산업계를 되돌아보면 우려되던 한국경제의 샌드위치 위기가 현실화됐다. 화웨이,샤오미등 중국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우리의 최대 먹거리였던 스마트폰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조선 철강 석유화학등 다른 업종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저가 공세에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경쟁 요소들을 빠른 속도로 빼앗았다.

미국 일본등 앞선 나라들의 경제 살리기 노력은 상상 이상이다. 일본 아베 정부는 무제한적 통화 방출을 통해 엔화 가치를 하락시킴으로써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무역수지 적자 확대, 국가부채 증가등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지만, 그 와중에 세계 시장에서 일본기업과 다투는 우리 기업들은 가격경쟁력 약화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규모 양적완화로 충격요법을 구사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초저금리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의 경제활성화 행보는 게 걸음 걷듯 지지부진했다. 7월에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할 때만 해도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의 과감한 철폐, 내수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나서 끝장토론을 벌였음에도 실제적으로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입법화되지 못해 말의 성찬에 그친 정책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세계시장에서 기업들의 고군분투는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분기에 1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두던 삼성전자는 이익 규모가 절반가까이 줄었다. 분기에 2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 등 이익을 못 내는 기업들도 속출했다.

경영 여건 악화는 통폐합이나 매각등 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시켰다. 삼성은 삼성토탈ㆍ삼성테크윈 등 4개기업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등 사업 재편을 본격화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부문을 합병하고,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등 수익성 높은 계열사를 매각했다. 경영 악화는 인력 구조조정으로도 이어져 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명퇴를 실시했고, 임원 승진폭도 크게 축소됐다.

걱정되는 것은 기업의 어려움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기가 확실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각국의 통화전쟁은 점입가경이다. 국내 경영여건을 봐도 경제 위기에 무신경한 정치권의 지지부진한 규제개혁 입법,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노사 갈등, 총수 리더십 부재 등 악재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일류상품을 만들어낸 저력이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견뎌내며 탄탄해진 체질은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다. 기업들이 신수종 사업 발굴과 과감한 구조조정,노사 화합을 통해 을미년 새해는 다시 비상하길 기원한다.

박승윤 산업부장/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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