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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블리시티권’ vs ‘표현의 자유’…판례로 본 기준은?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1. 배용준의 예명인 ‘욘사마’를 여행상품에 사용했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일까. 2010년 9월3일 선고된 일명 ‘배용준 사건’에 대해 법원은 “상업광고라도 무조건 퍼블리시티권 침해는 아니며, 상업광고에 의한 표현의 자유도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욘사마’라는 예명을 여행상품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배용준과 여행상품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인식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고, 장소 설명을 위한 불가피한 사용이란 이유다.

#2. 유명한 재미 한국계 물리학자인 고(故) 이휘소를 모델로 한 소설에 대해 유족들이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한 일명 ‘이휘소 사건’(1995년6월23일 선고)에 대해 법원은 “침해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특정인에 대한 사실적인 평전은 물론 창작이 가미된 모델소설의 경우, 문학작품으로 상업적 이용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정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는 ‘퍼블리시티권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의’(‘인권과 정의’ 446호)란 보고서에서 “현대사회에서 ‘퍼블리시티권’과 ‘표현의 자유’의 충돌은 필연적”이라며 “퍼블리시티권 관련 법적 분쟁에 있어 두 권리에 대한 균형적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한국의 판례를 보면 ▷표현물의 목적이 단순히 영리추구 만이 아닌 정보제공의 역할을 수행하는지 여부 ▷표현물이 창조적인 예술작품에 해당하는지 여부 ▷상업광고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비교해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 기준이 되고 있다. 또 공공의 관심이나 이익과 관련된 표현물의 경우, ‘표현의 자유’에 우위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는 이같은 사례가 자세히 나와 퍼블리시티권 소송을 이해하는 데 단초를 제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자신이나 타인의 얼굴을 촬영해 입력하면 닮은꼴 연예인을 찾아주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이용자들에게 무료 배포한 ‘닮은꼴 연예인 어플리케이션 사건’(2014년4월3일)에 대해 법원은 “퍼블리시티권 침해”라고 판결했다.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이라도 각 연예인은 자신의 홍보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이를 공개해 이용할 것을 허용한 것이므로, 사진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중대한 권리 침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박찬호의 야구선수로서의 성장과정과 활약상에 관한 기사 등을 엮어 ‘메이저리그와 정복자 박찬호’라는 제목의 책과 부록으로 앞면에는 박찬호의 투구모습, 뒷면에는 박찬호의 런닝모습을 인쇄한 포스터 형식의 브로마이드를 제작한 사건(1998년9월29일)에 대해서는 법원이 각기 다른 두가지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박찬호의 성명, 초상권 자체가 독립적, 영리적으로 이용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책과 사진에 대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부정했다. 단, 브로마이드는 서적과 필요불가결한 부분이 아니며, 그 자체로 상업적인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침해로 인정했다.

박 검사는 “양자 간 충돌은 사인(私人)간 기본권의 충돌로, 개별 사안별로 그 해법을 찾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뉴스보도,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예술표현, 학술 및 연구, 비평 등의 형식을 띄는 경우엔 ‘표현의 자유’에 무조건적인 우위를 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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