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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틀푸드의 눈물…“저출산 때문에~”
[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우유, 분유, 빙과, 과자 등 어린 아이들이 즐겨 먹는 ‘리틀푸드’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국내 출산율이 2001년 이후 무려 13년동안이나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미만)’ 상태가 지속되면서 리틀푸드 수요도 덩달아 급감하거나 정체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는 이 같은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거나 신시장 창출을 위한 신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흔들리는 리틀푸드…우유ㆍ분유ㆍ요구르트ㆍ·아이스크림 급감, 과자ㆍ라면 ‘제자리’=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3분기까지 국내 시유(시장에 공급된 우유)와 분유의 누적 출하량은 전년 동기대비 각 1.8%, 15.6% 줄었다. 유산균 발효유와 아이스크림류 역시 9.1%, 5.1%씩 뒷걸음질했다.

‘건과자 및 스낵류’와 라면류는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으나 증가율이 각각 0.7%로, 사실상 정체다. 시장전문조사 기관들의 분석이나 실제 업체들의 실적도 이같은 식음료 시장 상황을 드러냈다. 매일유업은 올해 국내 분유 시장 규모를 41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2012년 4970억원에서 지난해 4500억원으로 10% 줄어든데 이어 다시 9% 정도 축소된 셈이다.

우유(AC닐슨 추정) 시장은 작년과 거의 비슷한 1조3734억원을 유지하겠지만, 요구르트(링크아즈텍 추정)는 작년보다 5% 정도 적은 8374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농심의 올해 3분기까지 국내 누적 매출(1조2868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1조3137억원)보다 2% 정도 줄었다. 스낵류만 따져도 올해 매출(3080억원대)이 작년(3086억원)보다 적거나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까지 빙그레 아이스크림 매출(2988억원)도 작년 같은기간(2960억원)과 편차가 없다. 지난해 1%가량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올해도 변화가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다른 제과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수 의존도가 높은 크라운제과의 올해 매출(증권가 평균 추정치 1조614억원)도 작년(1조1183억원)보다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이같은 추정이 맞다면, 2012년 이후 2년 연속 뒷걸음질한 셈이다.

이 같은 식음료 시장의 ‘고전’에는 세월호 사고와 같은 사회적 이슈, 날씨 등 단기적 요소나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려는 분위기 등도 영향을 미쳤지만, 업계는 보다 근본적 원인으로 ‘저출산’을 지목하고 있다. 분유ㆍ우유ㆍ빙과ㆍ과자류 등 리틀푸드의 주요 소비층인 영유아, 10대 청소년 숫자가 절대적으로 줄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과자의 ‘대명사’격인 새우깡의 경우, 1990년대까지 꾸준히 5~10%의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2000년대 성장 폭이 줄더니 2010년 이후에는 700억원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상태다. 라면류 매출도 2010년 이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일반 성인이 아니라 부모가 주로 아이를 위해 찾는 유기농우유 시장(AC닐슨 조사·방문판매 제외)도 △2012년 108억원 △2013년 101억원 △2014년 96억원 등으로 갈수록 위축되는 추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황상 올해 마이너스 성장하는 업체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역성장은 아니더라도 최근 수 년간 우유·분유·빙과·제과 비중이 큰 업체들이전반적으로 내수시장에서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세계로…신제품 개발로 돌파구=리틀푸드 시장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거나 신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식품업계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과 빙그레는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은 경우다. 농심의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해외법인+수출)은 2억4500만달러로 작년보다 21% 늘었을 뿐 아니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일등 공신은 역시 ‘신라면’으로, 해외매출의 절반(1억1100만달러) 가량을 책임졌다.

특히 농심차이나(중국법인)는 서안·중경 등 서부내륙지역 개척과 적극적 온라인 사업 확대로 1년사이 매출을 40%나 끌어올렸다. 농심은 법인별 판매망을 확충하고 신규시장 개척을 위한 별도 조직을 신설하는 등 끊임없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빙그레의 ‘메로나’도 해외 매출이 △2008년 35억원 △2010년 50억원 △2013년 100억원 등으로 해마다 20~30%씩 뛰고 있다. 특히 미국·캐나다·브라질 등 북남미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빙그레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 수출이 약 500억으로 총 매출의 6.3%를 차지했다”며 “지난 9월 브라질 법인 설립을 계기로 남미 시장뿐 아니라 다른 지역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롯데푸드도 정체된 국내 시장의 대안으로 2007년부터 중국에 파스퇴르 분유를 수출하고 있다. 수출액을 △2012년 1800만달러 △2013년 2000만달러 △2014년 3000만달러(추정) △2015년 4000만달러(추정) 등으로 늘려 2018년에는 ‘1억달러 수출’을 달성한다는 게 업체측의 목표이다.

다양한 상품을 통해 시장을 세분하고, 숨어있는 내수를 끌어내는 전략도 주효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우유와 요구르트 수요가 부진하자, ‘골라먹는 우유·요구르트’ 개념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저지방·고칼슘2%’를 출시하면서, 무지방(0%)부터 저지방(1~2%), 일반우유(4%)까지 지방 함량에 따른 각 고객의기호에 거의 모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건강을 위해 당을 뺀 요거트 ‘매일 바이오 플레인’의 경우 출시 한 달만에 매출이 40%나 늘었고, ‘무균 충전팩’에 담은 유기농 우유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뿐 아니라 성인을 겨냥한 프리미엄(고급형) 아이스크림과 디저트도 속속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롯데푸드의 ‘라베스트’와 ‘마카롱 아이스크림’, 롯데제과의 ‘본젤라또’, 빙그레의 ‘끌레도르’ 등이 대표적이다.

농심 관계자는 “올해 내수의 경우 2% 정도 역성장이 우려되나, 수출과 해외법인 매출이 각각 4%, 6% 정도 늘어 내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출뿐 아니라 기존 상품 개선과 품질 고급화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calltax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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