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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유에 로켓 연료물질이? 당신이 모르는 ‘젖가슴의 모든 것’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젖가슴에는 이상하고 혼란스란스러운 문제를 일으켰다. 예를 들어 젖가슴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란제리 회사에 따르면 컵사이즈가 계속 커쳐 H와 KK까지 나온다. 가슴이 나오는 시기도 점점 어려지고 있다. 가슴성형을 위해 식염수팩이나 실리콘을 집어넣거나 줄기세포를 주입하기도 한다. 〔중략〕유방암 발생률은 1940년대 이래 거의 두 배가 됐고 지금도 증가추세다. 젖가슴의 입장에서는 과거 어느 때도 겪어보지 못한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도 모르고, 남성들은 더욱 알 턱이 없는 ‘젖가슴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 작가 플로렌스 윌리엄스의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 가슴이야기’(강석기 옮김, MID)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의학, 생물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젖가슴의 모든 것’을 다뤘다.
두 아이를 모유로 키운 저자가 이 책을 쓴 계기는 충격적인 뉴스 때문이었다. 과학자들이 해양포유류와 육상포유류의 신체조직과 젖에서 산업용 화학물질을 발견했다는 보도를 우연히 접한 저자는 딸아이에게 물렸던 젖을 떼고 진실을 알아보기로 했다. 저자는 자신의 젖을 독일에 보내 분석했다. 그 결과와 다양한 연구들을 살펴본 결과 모유에는 다양한 환경오염물질이 섞여 있었다. 로켓 연류의 구성물인 과염소산염을 비롯해 페인트나 드라이크리닝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화장품첨가물, 가솔린 부산물, 내염제, 방충제, 살균제 등도 포함됐다. 저자에 따르면 모유는 “화학물질 칵테일”이었다.


저자는 “본질적으로 젖가슴은 환경의 내력을 담고 있는 신체부위”라며 “이 책은 젖가슴이 환경의 영향으로 다듬어진 존재에서 어떻게 환경에 의해 손상되는 존재로 전락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저자는 묻는다. “불임이 늘어나고 화학물질에 오염된 젖이 나오고 사춘기가 빨라지고 폐경기가 늦어진다면, 인류가 종으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저자는 인간이 인간이라는 종으로 구별되는 것 자체가 바로 젖가슴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성찰과 함께 이는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가슴의 놀라운 기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연구결과로 밝혀낸다. 


저자는 여성 젖가슴의 발달을 성선택의 진화로 설명하는 견해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즉 여성의 젖가슴이 남성의 성적 자극을 위한 기관으로서 발달해왔으며, 이는 남자들이 이성을 선택할 때 젖가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주장이 진화론적으로 근거가 없는 얘기로, 남성우월주의자들의 헛소리일 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젖가슴은 어디까지나 직립한 인류가 수유를 최적화하기 위해 진화한 형태일 뿐이라는 것이다. 


“가슴에 관한 인류 역사상 가장 종합적인 보고서이자 위기에 빠진 가슴의 잔혹사에 관한 이야기”라는 출판사의 서평이 무색하지 않은 책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12년 9월 14일 게재한 서평에서 “남자들도 이 책을 읽기를 기대한다”며 “남자들이엽기적이고 인공적으로 확대된 포르노배우의 가슴굴곡에 덜 침을 흘리게 될 것이라는 이유때문이 아니라 저자가 세세하게 그려낸 가슴의 위험이 여성에게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라고 했다. 즉 “가슴의 위험은 곧 우리 인류라는 종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LA타임스 올해의 도서상과 뉴욕타임스 올해의 주목할만한 책 등으로 선정됐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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