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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투자 대신 해외투자 늘리는 韓기업…“한국 ‘도넛 경제’ 우려”
- 대한상의 조사…국내 기업 투자 만족도, 국내<해외

- 韓 5년간 FDI 유출증가율 연평균 8.2%…美ㆍ日(1.2%)보다 7배 빨라

- 자동차 해외생산 韓 51%-日 42%…가전은 韓 80%- 日 45%

-“제조업 공동화 현상 더 빨라질 것…도넛 경제 우려”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해외 생산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의 증가율이 일본, 미국 등 경쟁국보다 7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인건비가 해외보다 비싼 것은 물론 기업 투자를 주춤하게 하는 규제와 부실한 사회적 인프라가 원인이다. 이런 이유로 제조업공동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상실되는 이른바 ‘도넛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한상의는 최근 300여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기업의 해외투자실태와 시사점 조사’ 결과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FDI) 유출속도가 일본, 미국보다 7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와 국내에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물어본 결과, 인력운영 만족도는 해외공장이 73.5점, 국내는 56.6점으로 차이를 보였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산업부와 일본국제협력은행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의 경우 한국의 해외생산 비중은 51%로 일본(42%)보다 높았고, 가전제품도 약 80%로 역시 일본(44.9%)보다 해외생산 의존도가 높았다. 


해외 생산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국내 투자 환경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다. 해외진출기업들은 국내의 전반적인 투자환경 만족도를 100점 만점에 61.3점, 해외 투자환경은 69.1점을 주어 국내가 해외에 비해 다소(7.8점) 뒤진다고 응답했다.

부문별로 인력운용 만족도는 국내공장 56.6점, 해외공장 73.5점으로 16.9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인건비가 해외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상품 1단위를 만드는데 드는 인건비인 단위노동비용도 지난 10년간(2002~2011년) 미국(-14.3%), 일본(-30.2%), 독일(-2.5%) 등 선진국은 하락한 반면, 우리만 상승(1.8%)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 판로개척은 14.6점, 원부자재 조달은 9.8점, 제도 및 인프라는 6.0점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기술이나 경영습득능력은 국내공장이 해외보다 8.5점 높았다.

조동철 대한상의 자문위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은 “경제가 성장하고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우리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늘려가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추세지만 최근의 속도는 너무 빠르다”며 “특히, 인력운용, 판로개척뿐 아니라 제도, 인프라 항목에서도 우리가 뒤처져 있다는 것은 정책당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생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제조업 공동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응답 기업의 82.7%는 “제조업공동화 속도가 비슷하거나(43%) 더 빨라질 것(39.7%)”이라고 답했다.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은 17.3%에 그쳤다.

이항용 대한상의 자문위원(한양대 교수)는 “국내투자가 해외투자로 대체되면 국내 일자리만 뺏기는 것이 아니라 부품ㆍ소재산업을 비롯한 전후방 산업의 발전과 협력사 일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각 경제주체가 사회전체의 입장에서 소통하고 합의를 이루어 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은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관심과 지원 확대’(58.2%), ‘규제개혁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56.2%), ‘노동부문 구조개선’(37.1%), ‘FTA로 경제영토 확장’(20.1%)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10년전에는 기업이 국내에 1000달러 투자할 때 해외투자는 93달러 정도였다. 지금은 1000달러당 270달러를 해외에 투자할 정도로 경제의 도넛화가 진행”라며 “제조업의 국내 투자여건을 잘 조성해 내수위축을 막고 성장의 추진력을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넛경제는 1980년대 미국의 제조업 공장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하면서 경제성장의 핵심엔진이 사라져 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 도넛모양으로 변했다는데서 유래됐다. 반대의 경우는 피자경제라 한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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