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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소련 붕괴이후 역사적 터닝포인트
美 외교정책 대변화
오바마 상한가, 더 이상 햄릿 아니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미국이 17일(현지시간) 대(對)쿠바 봉쇄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며 쿠바와 53년 만에 국교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하면서 세계 정세는 구소련 붕괴 이후 최대 전환점을 맞게됐다.

이번 양국의 국교 정상화는 단순히 쿠바와의 관계 회복을 넘어 큰 틀에서 ‘냉전 유물 청산’ 등 미국 대외정책의 대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그동안 대표적 적성국이었던 이란과의 핵 협상을 진행중이고, 쿠바와도 반세기만에 전격적인 관계 회복에 나서면서 국제 외교가의 시선은 이제 ‘악의 축’ 북한으로 쏠리고 있다.

▶국교 정상화 배경은=AP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특별 성명에서 “미국의 쿠바 봉쇄는 민주적이고, 번영하며 안정적인 쿠바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음이 분명해졌다”고 인정하고서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쿠바 수도 아바나에 수개월 내에 미 대사관 개설을 지시하는 한편, 여행자유 확대, 수출입 품목 확대, 테러지원국 해제 검토 등 다양한 내용의 새로운 대 쿠바 정책을 발표했다.

53년 만의 관계 정상화 조치는 양국 정상의 결단과 더불어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봉쇄 정책은 중남미 지역과 전 세계의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미국이 오히려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고백처럼 미국 입장에선 중남미 국가는 물론이고 유럽연합(EU)조차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더는 쿠바에 대한 봉쇄정책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쿠바로서는 1962년부터 계속된 고강도의 금수조치로 경제 상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처지라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절실했다.

[게티이미지]

▶경제효과는?=쿠바에 대한 미국의 금수조치가 해제되면 양국 간 교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N머니는 반세기 동안 경색된 미국과 쿠바의 무역관계가 이번 국교 정상화 추진을 발판으로 해빙 무드를 맞게될 것이라면서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미국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쿠바와의 통상 금지로 미국 경제가 입는 손실액은 연간 12억달러(약 1조3140억원)에 달한다.

쿠바 정부도 금수조치 때문에 매년 6억8500만달러(약 7500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금수조치 해제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산업은 미국의 자동차 업계다.

1960년 미국이 수출 금지 등 쿠바에 가한 경제 제재 여파로 쿠바에선 1950년대 생산된 구형 쉐보레 승용차를 아직까지 몰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쿠바에선 대표 상품인 시가와 럼 제조산업, 의류업도 국교 정상화 호재를 맞아 대미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외에도 카리브해 관광이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돼 크루즈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벌써부터 꿈틀대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게티이미지]

▶다음은 북한?=미국의 대북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쿠바처럼 관계 정상화의 길로 갈 수도, 반대로 전 세계에서 북한만 더 고립되는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상반된 관측이 나온다. ‘북한 고립론’은 쿠바와 북한 모두미국의 적성국이긴 하지만 핵무기 개발 여부를 비롯해 여러 면에서 양국이 다르다는 점에 기반한다.

한편, 러시아의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이날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된 이란 핵 협상에 참여 중인 랴브코프 차관은 “러시아는 항상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면서 “옳은 방향으로 가는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정부가 선언에서 밝힌 조치들을 이행한다면 쿠바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에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일부 강경파 인사들이 국교 정상화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주목된다. 

공화당 잠룡 중 한 명이자 쿠바 출신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백악관이 얻은 것은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을 쿠바에 양보했다”고 비판하면서 주쿠바 미국 대사관 개설 및 대사 임명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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