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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한지숙]‘自治’와 ‘마이크로네이션’
미국 영어사전 메리엄웹스터가 한 해 인터넷 사전에서 독자들이 많이 찾은 단어 중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의 올해 10가지는 이렇다. 문화(culture), 향수(鄕愁ㆍnostalgia), 서서히(insidious), 유산(legacy), 페미니즘(feminism), 주 느 세콰(je ne sais quorㆍ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품질), 혁신(innovation), 은밀한(surreptitious), 자치(Autonomy), 사망률(morbidity)이다. 이 단어들은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 에볼라 발발, 유명스타 폰해킹 등 올 한해 벌어진 사건과 유행 흐름을 뭉뚱그려 보여준다.

이 가운데 ‘자치’는 단박에 9월 18일 치러진 스코틀랜드 독립투표를 떠올리게 한다. 스코틀랜드가 700년만에 잉글랜드와의 완전 결별을 꾀했던 역사적인 사건이다.

올 한해 독립과 자치를 열망한 지역이 어디 스코틀랜드 한 곳 뿐이었던가. 3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는 주민투표를 거쳐 러시아령으로 지도를 바꿨고,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선포한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들은 국토를 나눠달라며 정부를 향해 겨눈 총과 탱크를 수개월째 거두지 않고 있다. 2017년 행정장관 완전직선제를 요구하며 자치권을 부르짖은 홍콩 민주화 시위는 경찰의 최루탄에 우산으로 맞선 정치 신세대를 낳으며 동서 반구 양쪽 모두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비록 부결로 끝이 났지만,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투표는 유럽 전역에 독립 열풍을 불어넣었다. 스페인 카탈루냐, 이탈리아의 베네토와 남티롤, 벨기에 플랑드르, 프랑스 코르시카, 독일 바이에른까지 유럽 각지에선 여전히 독립 열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분리독립 운동과 더불어 ‘마이크로네이션(초소형국민체ㆍmicronation)’이란 단어도 올 한해 부상했다. 국제적으로 인정만 받지 못할 뿐 국민, 영토, 국기, 화폐, 여권, 조세권 등 주권국가 요건을 대부분 갖춘 마이크로네이션은 세계에서 400개나 된다. 쉽게 말해 ‘내 스타일’ 대로 통치하는 ‘나만의 국가’다.

1947년에 건립된 ‘소제 공화국’은 11개 마을에 인구가 5029명이나 되며 국가대표 축구팀도 보유하고 있다. 1981년 시드니 교외에 세워진 애틀랜티움제국은 인구는 2000명 밖에 없지만 공용어는 영어, 아랍어, 힌두어, 중국어, 라틴어 등 5개나 된다. 이들은 국제적 이주, 동성 결혼, 안락사 등을 지지한다. 덴마크 코펜하겐 북서쪽의 ‘엘로어 왕국’은 학교의 여름캠프에서 시작된 교사와 학생의 모임이 인구 370명의 마이크로네이션으로 발전했다.

얼마전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은 역대 최저의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압승을 거두고,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평화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동북아 안보가 걸린 중요 문제에서 이번에 당선된 중의원들의 찬성율은 일반 국민의 그것 보다 훨씬 더 높다고 한다.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우경화가 진행 중인 국가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과연 다수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으며, 역사 발전에 올바른 기능을 하는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이는 결코 일본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자치’와 ‘마이크로네이션’이란 단어가 부쩍 끌리는 세밑이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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