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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경찰 고위직 인사는 ‘경찰대만의 리그’?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이번 경무관 인사도 그들만의 리그였다.” 

17일 경찰 경무관 승진 인사가 발표되자 어느 비(非)경찰대 출신 경찰 간부는 탄식조로 내뱉었다. 이번에 승진 내정된 총경 22명 가운데 무려 16명이 경찰대 출신인 까닭이다. 올 초 승진자 내정자 23명 가운데 경찰대 출신은 14명이었다.

경무관은 흔히 ‘경찰의 별’로 불린다. 군에서 별을 다는 것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서장급인 총경 바로 위 계급인 경무관은 경찰 조직의 지휘부로 13만 경찰 조직 내 59명에 불과하다.

사실 경찰대 편중인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구성원 중 경찰대 출신 비중은 3% 미만이지만 총경급 이상은 40%가 훌쩍 넘는다. 지난 2007년 전체 고위직의 22.5%를 차지했던 경찰대 출신들은 올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공과(功過) 구별은 엄격해야 한다. 경찰대가 경찰 인력의 고급화 등 조직 발전에 세운 공도 크다. 또 ‘경찰대 출신이 입직경로별 분배에 묶여 승진에서 역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학창시절부터 끈끈한 동문애로 정평이 난 경찰대 출신의 조직 상층부 독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승진에 유리한 요직으로 끌어주며 자연스레 인사 쏠림 현상을 낳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고위직을 특정대학 출신이 독식할 경우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어 조직 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입직경로가 다른 간부후보생이나 순경 출신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박탈감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근무평정 등 객관적 평가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경무관 승진 심사를 앞두고 5배수의 예비후보군을 추리는데 이들 110명 가운데 80명이 경찰대 출신이라고 그는 전했다. 점수로 평가할 때 경찰대 출신을 역차별할 수도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총경급부터 비경찰대 출신의 씨가 말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편중인사는 패거리주의를 낳기 마련이다. 그리고 패거리주의는 필연적으로 조직을 망친다.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 사이의 해묵은 갈등을 잠재우는 게 경찰대 출신 강신명 청장에게 맡겨진 숙제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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