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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컨슈머가 는다(중)-발생위주 민원관리의 맹점
금융당국 “민원만 막아라” vs “소비자보호 되레 역행” 


[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금융당국은 2013년 3월 최수현 원장 취임 이래 금융권에 대한 민원억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당시 최 원장은 금융소비자 권익이란 명분아래 각 금융사별 민원감축 이행방안을 마련토록하고 강도높게 실행에 옮겨나가도록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민원이 늘어난 금융사에 대해서는 대표이사 면담과 함께 영업점 입구에 대문짝만한 민원평가등급표를 내걸도록 하는 등의 조치까지 취했다.

취지는 소비자권익 보호였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당국의 민원관리방식이 지나치게 발생 건수에만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쪽은 민원에 가장 취약한 구조여서 직격탄을 맞았다.


민원건수 인위적 억제→보험금 과다 지급→보험료 인상→선량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구조로는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보호에 역행한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행 금융당국의 민원관리는 민원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단순하게 민원건수가 늘면 즉각적으로 감축지시를 내린다. 심지어 대표이사 등 담당 임원을 금융당국으로 불러들이거나 민원 증가분에 대한 무조건식 감축 지시 또는 개선계획제출 명령을 내린다.

또 특별부문검사를 실시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도 나선다. 실제로 지난 7월말 금융당국은 민원이 늘어난 삼성화재, 현대해상, MG손보, KB생명, 에이스생명 등 5개 보험사에 대해 소비자보호담당 임원은 물론 자동차 및 장기보상담당 임원들을 불러 경고장을 날렸다.

9월 초에는 민원이 급증한 메리츠화재에 대해 개선방안을 요구한데 이어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LIG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 등 7개 손보사에도 민원감축계획서를 요구한 바 있다. 9월 말에는 민원이 늘어난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에 대해 부문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민원내용의 타당성은 가려내지도 못한 채 민원막기에 급급, 보험금을 과다하게 지급하는 등 민원해소에만 혈안이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 보험업계의 민원건수(2014년 9월말 기준)는 되레 늘어났다.(표 참조)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민원억제 정책을 악용, 블랙컨슈머가 늘어나고 보험금을 대신 받아주는 업(業) 마저 성행하는 양상이라고 털어놓는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민원을 줄이기 위해 약관과 기준을 포기한 지 오래됐다”며 “특히 민원을 기준으로 일부 지자체들도 단체입찰기준에 제한을 두고 있어 민원 발생 자체를 억제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보험 관계자는 “정당한 민원은 애초에 생기지 않게 하거나 행여 생길 경우 해결하는 것이 업무의 기본이지만 악성 민원이 증가하는 현 추세는 분명 감독정책에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민원의 발생건수 자체보다는 민원내용의 타당성에 초점을 맞춰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발생건수 중심이 바로 금융당국 민원관리정책의 맹점”이라며 “이는 민원이면 다 된다는 식의 모럴헤저드를 유발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민원발생 자체를 막기 위해 과다하게 지급된 보험금 상승분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보험소비자의 부담을 키우게 된다”며 “이는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보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양규 기자/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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