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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라면의 맛 세계에 알리다
<24>삼양식품
1968년 베트남에 첫 군납 수출
年 2000만달러 수출기업 성장
동남아서 ‘불닭볶음면’ 빅히트
2013년부턴 中시장 본격 진출
“저칼로리·저염 제품으로 승부”



참혹했던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한국 군인들은 항상 허기졌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먹을거리가 필요했다. 1968년 12월 삼양식품은 군납 물품으로 베트남에 라면 360만포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역사는 한국 라면 수출의 기원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 세계 1위, 국내 시장 규모 약 2조원… 라면산업이 시작된 지 반세기만에 한국은 라면 선진국이라 칭하기에 모자랄 것 없는 나라가 됐다.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을 출시한 ‘라면의 원조’ 삼양식품도 그 사이 한해 2000만달러의 라면을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인기가 뜨겁다.

삼양라면의 시작은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당시 전 명예 회장은 우연히 남대문시장을 지나가다 배고픈 서민들이 5원짜리 ‘꿀꿀이 죽’을 사먹기 위해 줄을 길게 선 것을 보고 ‘서민들에게 값 싸고 영양가 있는 한 끼를 먹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 명예회장은 라면 도입을 위해 정부를 설득했고 정부의 승인과 함께 5만 달러의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 각지의 라면회사를 찾아 기술이전을 요구한 결과 묘조식품으로부터 두 대의 라면 제조기계와 기술을 들여올 수 있었다.

삼양라면은 1969년 월평균 1500만 봉지가 팔릴 정도로 국민 식품으로 발돋움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삼양식품의 경영 전략은 내수 중심이었다. 라면 산업에 발을 담근 이유 자체가 국민의 먹거리 문제 해결이기도 했거니와 해외 수출까지 눈을 돌릴만한 여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수출 위주 정책에 힘입어 점차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에 군납 물품으로 수출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월남전 당시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3000만 달러 정도였는데 이중 삼양라면은 단일 품목으로만 27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9%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 동남아지역 등에 진출했다. 1972년 미국 코리아코퍼레이션과 5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미주지역으로도 확산됐다. 미주지역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압도적인 수출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삼양식품에 기술을 이전해 준 일본으로의 진출은 놀라운 것이었다. 당시 일본 언론사들은 ‘즉석라면, 한국으로부터 상륙’, ‘한국의 즉석면 호황판매’ 등을 보도하면서 일본 라면업체들이 당혹감과 함께 경계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는 기사들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러한 삼양식품의 발전은 현재 라면업계의 연간 2억 달러어치 수출(전 세계 120여 개국)로 이어져 음식 한류를 이끌며 한국 라면의 위상을 높이는 데 초석이 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하지만 현재 삼양식품은 국내 시장에서 업계 3위 주자로 밀려나 있다. 1980년대 후 농심에 1위 자리를 내어 준 뒤, 최근 들어서는 만년 3위라 불린 오뚜기에도 점유율 상 밀리게 되며 ‘라면 종가’로서의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다. 어느 때보다 해외 진출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도 이 때문이다.

때문에 삼양식품은 기존 주요 수출국이었던 북미(미국, 캐나다)와 호주 시장 이외에도 유럽, 중동, 동남아 및 남태평양 등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뜨겁다. 무슬림 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못해 닭의 소비가 많고, 고온 다습한 기후 때문에 매운 맛을 선호하는 것이 주효했다. 삼양 식품은 이슬람 국가를 겨냥해 할랄 인증 취득하고 포장사이즈를 120g에서 85g으로 작게 조정하는 등 현지인들이 손쉽게 한국 라면을 접할 수 있도록 바꿨다.

한중 FTA 체결로 수출 신장이 기대되는 중국에서도 불법 통관돼 판매되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3년부터 중국 주요도시의 현지 대리상들과 계약 체결을 진행했다. 이로써 삼양식품의 모든 수출 제품은 중국 정식 통관절차를 통해 현지 매장에 입점, 판매되며 중국시장의 본격 진출한 상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향후 저칼로리, 저나트륨 제품 개발을 통한 품질과 맛도 좋으면서 건강한 라면 임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제품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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