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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차이나] 돈자랑ㆍ구타ㆍ섹스 스캔들...中 재벌2세 망나니 백태
[특별취재팀=윤현종 기자]
#1. “공주병이 신비한 위력을 떨쳤군…”
지난 9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에서 ‘Sean Chen’이란 아이디의 한 누리꾼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기사에 남긴 댓글이다. 기사 제목은 ‘대한항공 3세 따님께서 위세를 떨쳐 승무원을 내리게 하다’였다.
현지 유명 온라인매체인 둥썬(東森)뉴스가 게재한 이 기사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94만여명이 읽었다. 

#2. 조현아는 중국 대륙에도 유명세를 탔다. 현지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 중국어로 그를 검색하면 “대한항공 (전) 부사장으로 2014년 12월 미국 공항에서 ‘엄청난 위세를 부려’ 한국사회에 거센 비난을 야기했다”는 내용이 첫머리에 뜬다. 중국중앙방송(CCTV) 뉴스에선 비행기에서 강제로 내린 박모 사무장의 증언을 3분여에 걸쳐 방송했다.

이웃나라까지 이 일이 널리 회자된 이유는 간단하다. 부모의 돈과 권력을 등에 업고 멋대로 구는 ‘유력자 2세(푸얼다이ㆍ富二代)’의 언행이 한국 못지않게 공분을 사고 있어서다. 지난 9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이들을 가리켜 “나태하다”고 공개비판했을 정도다.

▶최고 재벌 2세의 돈자랑 인터뷰?…누리꾼 들썩=왕쓰충(王思聪ㆍ26)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벌2세 중 하나다. 중국 부동산재벌 왕젠린(60) 완다그룹 회장의 무녀독남이라서다. 아버지 회장의 순자산은 포브스 12월 집계 기준 147억달러. 중국 4위, 세계 56위의 부호다.

왕젠린의 무녀독남 왕쓰충 (출처=바이두 이미지).

아버지가 준 돈을 자본금으로 쓰긴 했지만, 왕쓰충은 ‘베이징푸스투자(北京普思投資)’라는 회사를 창업해 이끌고 있다. 무직상태인 일부 푸얼다이에 비해 그가 국내 여론의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이유다.

그러나 그는 말 실수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지난 7월 한 언론 인터뷰가 발단이었다. 왕쓰충은 그 자리에서 “난 친구를 만날 때 돈이 많든 적든 상관 않는다. 어쨌든 모두 나보단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 것.

이 발언은 곧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안그래도 각종 매체를 통해 자신감 넘치는 행동을 보여 온 왕쓰충은 은 웨이보 팔로어 50만명이 넘는 ‘스타’ 대접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누리꾼들은 “친구가 ○○든 상관없다. 어쨌든 나보단 ○○이 없기 때문”이란 말을 조롱하듯 흉내내며 ‘왕스총 문체’를 퍼뜨리기도 했다.

▶시민 구타ㆍ섹스 스캔들…푸얼다이 비행 ‘날개없는 추락’=단순히 논란으로 치기엔 정도가 심각한 푸얼다이도 상당하다. 3년 전 안후이성 황산(黃山)에서 한 푸얼다이가 여성 가이드를 구타한 사건은 그 단적인 예다. 

2011년 8월,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유학생이던 판천루이(潘晨銳ㆍ사건 당시 22세)가 여행가이드 장위훙(張玉紅)을 때린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들 일행이 귀빈 통로를 이용했음에도 ‘일반인’과 같은 케이블카를 탔다는 것. 장씨는 판씨의 주먹질로 머리를 다쳐 입원했다.

이후 판씨는 경찰에 넘겨졌지만 가해자 가족은 ‘관시(關係)’를 이용해 지역 경찰에 압력을 넣었다. 경찰은 오히려 먼저 때린 쪽 편을 들며 판씨를 석방했다. 

중국 지역토호의 아들 판천루이로 추정되는 인물 (출처=중국인터넷 커뮤니티).

결국 내막이 드러났다. 판씨가 황산 지역에 투자 중이던 부동산개발업체 회장 판쉬후(潘緒虎)의 아들인 것으로 밝혀진 것. 당시 판 회장의 회사는 자본금 2800만위안(50억원 정도)의 중소업체였다. 하지만 그는 지역 인민대표를 겸하고 있는 일종의 토호(土豪)였다. 이 소식이 퍼지며 중국 전체가 들끓었다. 여론은 판씨를 제대로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판 회장은 장위홍의 병원을 직접 찾아 사죄했다. 그러나 푸얼다이의 엇나간 행태를 성토하는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대만 푸얼다이의 비행도 도마에 올랐다. 엽색행각으로 법정에 선 리쭝루이(李宗瑞ㆍ29)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대만 금융그룹 위안다진쿵(元大金控)의 등기이사였던 리웨창(李岳蒼)의 아들이다. 리웨창은 당시 현지 시장에서 4160만달러 규모의 주식을 굴렸던 큰손으로 알려졌다. 실제 2006년 위안다그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530만주, 1.7% 규모의 지분을 소유한 회사 3대주주이기도 했다.
타이베이 지방검찰 등에 따르면 리쭝루이는 2009년부터 3년여간 여성 28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아울러 대만 매체들은 그가 성폭행하며 만든 동영상에 나온 여성이 60명에 달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중엔 유명 배우와 아나운서도 다수 있었다. 결국 이 스캔들로 아버지 리웨청은 2012년 8월 위안다진쿵 이사직을 사임했다.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3년 1월 중국 주요 매체는 대만 언론을 인용해 리쫑루이의 성폭행 리스트 중 아버지 리웨창의 애인 량톈팅(梁婖婷)이 포함됐으며 그를 임신시켰단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신화왕(新華網)은 리쭝루이를 가리켜 “짐승 중의 짐승”이라고 평했다.

결국 대만 고등법원은 지난 9월 열린 2심에서 그에게 징역 79년 7월형과 총 2775만대만달러(9억4500만원가량)의 배상금 지급을 선고했다. 여성 20명을 성폭행하고 이를 몰래 촬영ㆍ저장한 게 죄목이었다.

▶사고친 고위관료 자녀…정가도 발칵=중국 푸얼다이는 단순히 재벌 2세에 국한하지 않는다. 거액의 재산을 축적한 정치권 고위관료 자녀(관얼다이ㆍ官二代)도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링지화(令計劃)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2012년 3월 18일 새벽 5시께 베이징 순환도로를 고속으로 달리던 검은색 페라리 승용차가 콘크리트 난간에 부딪치며 산산조각 났다. 차 밖으로 튕겨진 반라의 남성 운전자는 즉사했다. 각각 나체와 반라로 발견된 여성 동승자 2명은 크게 다쳐 병원에 옮겨졌다. 당시 중국 본토 언론의 보도는 통제됐다.

심하게 파손된 링구의 페라리 차량 (출처=바이두 이미지).

이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언론은 죽은 남성이 링지화(58) 전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의 아들 링구(令谷)라고 전했다. 중앙판공청 주임은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직에 해당하는 자리였다. 

SCMP는 링구의 나이를 20대로 추정했다. 현재 중국 본토의 인터넷 커뮤니티엔 링구가 1988년생이며 베이징대 국제관계대학원 졸업생이란 정보가 떠돌고 있다.

링구와 같이 있던 여성들 신원도 속속 전해졌다. 같은 해 10월 홍콩 아주주간(亞洲週刊)은 동승자가 티벳 출신의 25세 여대생 2명이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중 뒤늦게 사망한 1명은 중국 정법대학(政法大學)생이자 칭하이(靑海)지방 불교지도자 딸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칭하이성 공안청 부청장 딸로 확인됐다. 아울러 다른 홍콩매체들은 이들 3명이 사고 1시간 전 페라리 안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는 소문이 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정가를 발칵 뒤집어놨다. 중앙정부 고위관료의 어린 아들이 한화 7억∼10억원대로 추정된 고급 차량에서 다른 ‘관얼다이’들과 관계를 즐기다 죽었단 풍문만으로도 구설수 감이 되기엔 충분했다.

아들 스캔들이 링지화의 재산축적 등 부패 실태를 드러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현재 중국 사정당국이 링지화를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중앙정치국상무위원에 이어 ‘호랑이(부패한 거물)’로 점찍었다는 소식을 중화권 언론들이 계속 전하는 상황과도 맞물린다. 

미국에 서버를 둔 온라인 매체 보쉰(博讯)도 14일 링지화 일가가 일본과 싱가포르 은행 계좌에 370억위안(6조5000억원) 정도의 예금이 있다고 전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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