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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뱅크런사태까지…외환통제 극약처방론 급부상
브렌트유 60弗붕괴 설상가상
엎친 저유가에 덮친 서방제재
환율 장중 80루블까지 급등
올들어 52% 평가절하
애플은 온라인 판매 중단


끝을 모르는 루블화의 추락이 러시아 경제를 제2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16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6.5%포인트(650bp) 인상하는 극약처방을 단행했지만 루블화 환율은 장중 한때 25% 급등한 달러당 80루블까지 치솟으며 사상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국제유가가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가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60달러선이 붕괴된 것도 루블화 가치 추락을 견인했다. 이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1.20달러(1.97%) 떨어진 배럴당 59.7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하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루블화 가치는 올들어 52.8% 떨어졌다. ▶관련기사 3·9·21·22면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이 급격한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자본통제에 나설 것이란 루머까지 확산되며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서방의 추가 경제제재 움직임에다 애플의 온라인 판매 중단, 일부 업체들의 외환거래 중단, 소비자들의 실물자산 구매 증가 등 시장의 대응은 과거 1998년 디폴트 재현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루블화 붕괴가 가속화되면서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달러화와 유로화 환전을 요구하는 고객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 쿠르스키역 지점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섰다.

대기열에 선 한 여성은 FT에 “연금을 인출해 달러화로 바꾸려 한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른다. 루블화 가치가 얼마나 떨어질지 모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2위 프라이빗 뱅크인 오트크리티에 은행의 아템 조토프 외환 헤드는 “외환 거래 규모가 3~4배 급증했다”며 “루블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러시아 소비자들은 루블화 추가 하락에 대비해 실물 자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는 한편 인플레이션이 더욱 치솟으면서 구매력이 크게 위축될 여지가 높다는 판단에 가구부터 자동차, 보석까지 각종 소비재의 ‘사자’가 봇물을 이루는 상황이다.

구찌 등 명품브랜드들이 밀집한 인근 쇼핑몰에선 가방, 보석들을 구매하는 시민들도 나왔다.

FT는 루블화 폭락이 내구재 구매를 늘리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계속 떨어질 것 같다”며 “지금이 가구를 살 때”라는 한 중년 의사의 말을 전했다.

루블화 가치하락으로 애플은 러시아에서의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앨런 헬리 애플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가격을 다시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러시아 내 온라인 상점 이용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달 애플은 루블화가 급락하자 러시아 내 아이폰6 가격을 25% 인상한 바 있다. 러시아 내 아이폰 가격이 유럽지역에서 가장 싼 700달러 수준에서 판매됐기 때문이다.

외환 온라인 중개업체인 FXCM도 최근 루블화의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17일부터 미 달러화에 대한 러시아 루블화 거래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루블화 하락은 미국 내 러시아 관련 금융상품도 흔들었다. 뮤추얼 펀드인 바야러시아펀드는 연간 수익률이 43.44% 하락했고 러시아 관련주가 51%를 차지하는 T.로우프라이스신흥유럽펀드도 올 한해 수익률이 37.28%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1998년 모라토리엄의 재현을 점치기도 했다.

나탈리아 아킨디노바 러시아 고등경제대학(HSE)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린 경제위기를 보고 있다”며 “과거 금융위기때 그랬던 것처럼 중앙은행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준비금을 가지지 못한 가운데 루블화의 급격한 가치하락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방어에 필요한 외환보유고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외환보유고는 11월 기준 4188억8000만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지만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며 전년도(5155억9000만달러)에 비해 1000억달러 가까이 줄었다. 이를 의식한 중앙은행은 지난달 환율방어에 하루 3억5000만달러만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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