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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 외국계銀 국부유출 논란‘침묵’왜?
SC은행, 英본사에 1조 배당추진
‘먹튀’여론에 긴급점검 했지만
제재 어렵고 국제규범상 문제없어
“금융한류시대 발상 전환”지적도


최근 SC제일은행이 영국 본사에 1조원대 배당금을 송금하려다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이 SC은행 정기검사 과정에서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1조1620억원을 본사에 송금한다는 계획이 담긴 문건을 발견하면서다.

적자 상태인 SC은행의 이같은 시도와 함께 외국계 은행의 과도한 해외용역비까지 도마에 오르며 다시금 외국계은행의 ‘먹튀’ 논란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논란이 시작된지 보름이 지났는데도 이와 관련해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긴급 점검에 나서긴 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방침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한마디로 속은 끓는데 손은 못댄다, 왜일까?


16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외국계은행의 모(母)회사 간 거래는 크게 배당과 해외용역비로 나뉜다. 연말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은행들은 실적 등에 따라 배당과 용역비를 본사에 송금하게 되는데, 송금 규모가 결정될 때마다 국내에서는 먹튀 논란이 일어난다.

금융 전문가들은 당국이 외국계 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을 제어하기가 사실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용역비는 이미 국제규범 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는 자회사가 업무경험 및 경영 노하우를 유지, 관리하도록 행정, 기술(전산), 운영, 재무, 영업 등 폭넓은 범위의 용역을 제공한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전가격 지침에 따라 다국적 기업이 관련 비용을 자회사에 청구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법인세법 및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을 통해 차감 가능한 비용으로 보고 있다. 또 용역비는 그룹 본부가 중심이 돼 자회사의 성과와 상관없이 사전에 이뤄진 협의에 따라 지급된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이 부분에 제동을 거는 것은 사실상 회사 경영에 간섭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물론 배당은 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중심으로 한 경영위원회가 자회사의 상황을 반영해 결정, 자회사의 영업 성과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문제는 자회사의 경영진이 보통 최고운영자(COO)에 한정돼 배당성향 등과 같은 중요한 그룹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과도한 배당을 이유로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의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재의 실효성도 반감될 수 밖에 없게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그룹의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있어 국내에서 외국계 은행의 국부유출을 문제 삼으면 반대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도 국부유출 논란을 겪을 수 있다.

또 과세당국이 국내 대기업들에 대해 해외 계열사로부터 용역비를 송금받지 않으면 본사의 소득이 과소 신고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만큼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외국계 은행의 용역비 송금도 인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 한류시대를 맞아 상호주의에 입각한 페어플레이 정신의 발휘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다만 외국계 은행도 국내에서 은행업 라이선스를 받고 영업을 하는 만큼 한국 경제의 장기비전에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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