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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나리 워프 등 금융중심가…부동산시장 마천루처럼 高 高
2008 금융위기전 시세회복
글로벌자금 속속 런던부동산 투자
경험해본 적 없는 호황 경험



[런던=윤재섭 기자] 2014년 12월 1일, 런던의 밤은 깊지만 화려했다. 온종일 먹구름에 가리워 칙칙했던 런던은 오후 4시가 넘자 어둠이 깔렸다. 하지만 어둠이 깊어질수록 런던은 빛났다. 옛 건물은 형형색색 조명등에, 현대식 건물은 강렬한 형광불빛을 뿜어댔다.

시차적응에 고단했던 몸을 끌고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한인식당을 찾았다. 삼겹살 1인분 8.5 파운드(약 1만5000원), 소주 한 병 12.5 파운드(약 2만2000원), 육계장ㆍ된장찌개 8.5 파운드. 물가 비싸기로 소문난 런던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식을 챙겨먹기란 쉽지 않다. 비용이 만만찮다. 그런데 올 들어선 한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마음이 더욱 무겁다. 그간 한국인에게는 공짜로 내주던 김치 같은 밑반찬도 한 종발(鍾鉢)에 2.5 파운드를 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주먹 분량도 안 되는 김치에 4000여원의 값을 청구하는 식당주의 상혼(商魂)이 아쉬웠지만 그만 탓할 순 없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런던시의 빌딩 임대료가 어쩌면 식당주에게 이런 선택을 강요했는지 모른다.

웨스트앤드(West End), 시티(City), 카나리 워프(Canary Wharf) 등 런던의 금융중심가에 위치한 핵심자산(Core asset)은 수년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시세가 뛰었다. 최근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시세를 이미 회복했고, 지금껏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세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간간이 세계경제를 움추러들게 했던 유럽 발 경제위기도 부동산값의 폭등을 막지 못했다. 주식 및 채권 투자수익률에 만족할 수 없었던 중동의 오일머니를 비롯해 북미와 중국, 홍콩, 싱가포르의 글로벌 자금들이 런던의 프라임 부동산을 대체투자 수단으로 선택, 앞다퉈 투자에 나선 때문이다. 이 같은 돈의 쏠림 현상 덕에 런던의 빌딩 주인들은 수년째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싼 값에 건물을 매입했던 투자자는 시세차익을 내거나 임대료를 올려 톡톡한 재미를 본다.

한국의 기관투자가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시기 전인 2009년 11월, 카나리 워프에 위치한 HSBC 본사 빌딩<사진>을 매입한 뒤 만 5년여만인 지난 5일 카타르투자청(QIA)에 되팔아 배당수익 4190억원에, 매각차익 5410억원 등 모두 9600억원의 수익을 봤다. 이는 순투자금액의 65%에 해당하는 것으로, 연수익률로 환산할 경우 약 12%에 이르는 것이다. 성공 비결은 한발 앞선 투자다. 자금난에 몰린 금융회사들이 싼 값에 내놓은 매물을 놓치지 않았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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