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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오바오’가 뭐길래...국내 완판제품 다 살수 있다고?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4년차 직장인 A씨(29,여)는 겨울을 앞두고 지난해 제작된 한섬브랜드의 코트를 중국 오픈마켓인 타오바오에서 약 5000위안(한화 약 91만원)에 구입했다. 국내 상설 가격은 약 80만원 정도. 하지만 그는 국내 완판된 해당 상품을 프리미엄에 관세, 배송료까지 2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얹어서 지불했다.

#대학생 B씨(23, 여)는 지난 타오바오 ‘더블 12일(12/12)’ 행사 때 지난해 국내 한 온라인쇼핑몰에서 눈여겨 봤던 원피스와 동일한 상품을 직구했다. B씨는 “지난해 상품이라 국내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상품이다. 세일가로 지난해 가격보다 5000원 정도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밝혔다.


▶국내 완판 제품, 타오바오에 가면 있다고?= 메이드인코리아 상품을 ‘타오바오’에서 직구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은 비단 이들만의 일은 아니다. 국내에서 더이상 판매되지 않는 ‘완판’ 상품을 구하기 위해 타오바오로 온라인 원정쇼핑을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을 강타한 ‘K-패션’의 인기 덕분에 한국 브랜드의 옷을 찾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웬만한 국내 브랜드와 유명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들은 구매대행 등의 형식으로 타오바오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일부 국내 유명 토종 브랜드는 중국 현지 판로가 없고 마케팅 활동이 전무함에도 불구, 중국인 관광객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타임, 마인 등 이른바 토종 명품 패션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한섬은 지난 10월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중국인 매출이 증가, 마인의 경우 처음으로 중국인 매출 비중(57%)이 국내 고객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작 국내 소비자들이 놓친 ‘완판’ 상품들이 이미 중국으로 건너가 타오바오에서 판매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상품 사진에서부터 태그까지 세세하게 촬영돼 ‘정품’인증을 한 해당 상품들은 약 5~10%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판매된다. 네이버까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타오바오에서 판매되는 국내 브랜드 제품의 가품 여부에 대한 질문들이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한섬 관계자는 “국내 아울렛 구매대행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타오바오에서 구매대행이 이뤄지고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메이드인 코리아, 중국인들이 싹쓸이? = 한정판 시장은 해외 직접구매가 활발히 이뤄지는 상품군 중 하나다. 같은 제품이라도 일본, 미국 등의 오픈마켓보다 타오바오에 올라오는 가격이 저렴하고, 국내 완판 상품도 어렵잖게 구할 수 있어 한정판 수집가들에게 ‘타오바오’의 등장은 환영할만 하다. 피규어를 수집하는 C씨(32)는 “한정판 같은 경우에는 국내에 풀리는 수량이 한정돼 있어서 금방 완판된다”며 “타오바오에서는 과거 완판됐던 상품들까지도 구입할 수 있다. 정품 구별만 잘 하면 한정판도 어렵잖게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에서 더이상 구할 수 없는 ‘메이드인코리아’ 상품들이 타오바오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데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있다. 특히 아울렛에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정상 시즌 상품보다 저렴하게 판매되는 이월상품의 경우 ‘품귀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최근 국내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타오바오에서 구입한 A씨는 “상설에 얼마 안풀린 상품들을 사서 가버리면 정작 국내 소비자들이 못 사는 상황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업계관계자들은 중국인 고객으로 인해서 국내 소비자의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견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한 여성복 브랜드 상설매장 관계자는 “이월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상설매장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중국관광객의 방문이 점차 늘고 있기는 하지만 판매목적인지에 대해서는 매장에서 파악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판매를 위해서 싹쓸이 해가는 사례는 목격한 바 없다.‘중국인들이 쓸어가서 국내에 재고가 소진됐다’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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