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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조금 규제’ 단통법에 모범답안 제시하는 화창베이
[헤럴드경제(선전)=최정호 기자]삼성전자와 애플, 그리고 중국 로컬 브랜드의 최신 스마트폰이 나란히 경쟁한다. 또 갤럭시S4, 아이폰5C 뿐만 아니라 3년전 나온 노키아나 소니의 구형 스마트폰도 매장 한 가운데 전시되고 있다. 세계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최신폰부터, 구형폰, 그리고 3G와 2G폰까지 다양한 가격에 선보이는 곳, 중국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다.

화창베이는 우리나라의 용산, 일본의 야키하바라 같은 종합 전자상가다. 십여개가 넘는 개별 전자상가 건물이 중국 전자산업의 고향이자, 덩샤오핑 개혁개방의 시발점인 선전 한가운데 모여 지금의 화창베이를 만들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 전자상가 화창베이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은 역시 스마트폰이다. 상가 1층 목 좋은 곳에는 삼성전자, 애플, 샤오미, 화웨이, 오포 등 주요 스마트폰 메이커의 독립 매장과 복합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또 상가 건물 안에도 셀 수 없을 정도의 크고작은 매장마다 온갖 스마트폰을 전시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화창베이에서는 우리 용산과 달리 통신사 로고가 들어간 간판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아이폰6나 노트4 같은 최신 스마트폰은 물론, 한물 간 3G 스마트폰이나 피처폰을 사기 위해서도 어쩔 수 없이 통신사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우리와 달리, 중국은 ‘스마트폰 따로, 통신 서비스 가입 따로’ 하는 자급제 문화가 정착된 까닭이다. 


그러다보니 전자상가 역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스마트폰’ 단말기 위주로 구성됐다. 각기 다른 제조사의 수십, 수백가지의 스마트폰이 성능과 가격으로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아이폰6라도 매장마다 가격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90%가 넘는 이동통신 사용자가, 단말기를 따로 사서 통신사 매장에서 유심칩을 구매 사용하는 중국에서 한물 간 낡은 2G, 3G, 그리고 3년 전 출시된 스마트폰이 나름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최신 아이폰6도, 노트4도 ‘공짜’로 알고 사는 소비자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 소비자들은 정확한 단말기 가격을 알고, 자신에게 맞는 가격과 사양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지 한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이 대부분인 다른 나라와 달리 샤오미 같은 싼 가격과 제법 쓸 만한 사양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자국 업체들이 몇개 씩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자급제 문화 때문”이라며 “그러다보니 제조사와 통신사 모두 가격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도 단말기 가격 못지 않게 저렴하다. 특히 자신의 경제 수준에 맞춰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선불 요금제’가 인기다. 우리처럼 어떤 통신사나 ‘34ㆍ45ㆍ무제한 80’ 식으로 획일화 된 요금을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 가격과 서비스의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요금할인’ 이나 ‘약정할인’ 같은 문구도 통신사 매장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가 단말기를 24개월 또는 30개월 약정 가입토록 강제하고, 여기서 나온 약정 할인을 단말기 할인으로 속여 파는 ‘소비자 눈 가리기 마케팅’ 없이, 제조사나 통신사 모두 투명하게 가격을 오픈하고 경쟁하는 구도다.

지난 10월부터 시행중인 단말기 유통법도 목적은 이런 ‘투명한 시장’을 만드는 것에 있다. 소비자들이 단말기 가격과 통신 요금을 정확히 구분해 알게 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스마트폰 및 통신 서비스 가입을 유도해, 궁극에는 가계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단통법이 쓴 방법은 정보의 투명화와 시장 주체간 치열한 가격 경쟁이 아닌, 획일적인 가격 정책이라는 반 시장적인 카드를 집어들었다는 것이다. 단통법의 답은 억지춘향식 자화자찬이 아닌, 제조사와 이통사가 각기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로 경쟁하는 화창베이에 있는 셈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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