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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김다은] 애꾸눈 왕과 스티브 잡스
사람은 누구나 약점 지니고 있어
그를 탓하며 실망·좌절하지 말고
현실 받아들이며 꿈 실현해가야
주변에 도움 구하는 용기도 필요


옛날 어느 나라에, 애꾸눈에 외다리며 난장이인 왕이 살았다. 그는 나라 안의 제일가는 화가를 불러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라고 명했다. 화가는 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 키 크고 두 다리와 두 눈을 가진 멋진 남자를 그려 바쳤다. 왕은 우롱당한 느낌 때문에 그 화가의 목을 베고 만다. 두 번째 화가는 소문을 들은지라 사실 그대로의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왕은 모욕감을 느끼고 그 화가의 목도 베고 만다. 세 번째 화가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궁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고심 끝에 말을 타고 총을 겨누며 사냥을 하는 왕의 모습을 그렸다. 다리 하나는 말의 반대편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고,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눈 하나는 감을 수밖에 없었다. 허리를 굽힌 채 말을 타고 있기 때문에 난장이도 자연스럽게 정상인처럼 보였다. 왕은 크게 기뻐하였다.

이는 항간에 ‘지혜로운 화가’로 알려진 이야기다. 이를 통해, 혹자는 ‘자비심 있는 지혜’를 배우는가 하면, 혹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표현한 최초의 작품’으로 이해하는 등 해석이 다양하다. 2014년도를 보름 쯤 남겨놓은 서정 때문인지, 필자에게는 이 이야기가 타인에게 도움을 줄 때의 지혜로운 태도로 와 닿는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이 상대방을 도울 때 약점을 거짓으로 감싸려 들거나 반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 두 경우 모두 상대방이 감사할지언정 모욕감을 느낄 가능성이 많다. 지혜로운 화가는 약점 많은 상대의 모습을 직시하면서도 자존감도 살려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또 이야기의 새로운 발견은 왕조차도 약점이 많은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나라를 지배하는 절대 권력도 이토록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 사람들이야 오죽할까. 왕은 신하나 백성이 알아서 그 약점을 가려 주려 애쓰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각자의 약점이 거울에 비춰지면 자신감을 잃거나 좌절하기 십상이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거뜬히 꿈을 이루어나가는 삶을 살아갈 수는 없을까?

한 친구가 보내준 스티브 잡스의 명언 ‘사람들이 한 단계 도약하지 못하는 이유’가 떠오른다. 애플사의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는 12살 때 HP의 CEO인 빌 휴렛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전화번호부에서 팔로알토에 살고 있는 빌 휴렛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스티브 잡스입니다. 저는 고등학생인데요.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혹시 남은 부품이 있으시면 저에게 주실 수 있나요?” 빌 휴렛은 웃으면서 요청하는 부품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해 여름 휴렛 패커드에서 잡스가 주파수에 관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일을 성취하는 사람과 그런 일을 단지 꿈꾸기만 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에게 억만장자에 IT계의 현대판 왕 같은 이미지로 비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태어나자마자 양부모에 입양되는가하면, 한때 마약에 손을 대었다 끊었고, 희귀 암을 앓는 등 약점과 고통을 두루 가진 전형이었다. 숱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가 IT계의 현대판 왕의 초상을 지니게 된 것은 시기적절하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힘 때문은 아니었을까.

다가오는 새해에는 자신의 모습을 혼자 비춰보면서 기가 죽거나 괴로워하기보다, 용기를 내어 둘러보고 제대로 도와 줄 사람을 골라 도움을 요청해보는 것은 어떨까. 요청받은 사람은 세 번째 화가 또는 빌 휴렛처럼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기꺼이 채워주면 좋겠다. 요청했다가 거절당해도 좌절하지 않는 배짱은 필수항목이다. 애플사의 로고는 온전하게 둥근 사과가 아니다. 한입 깨물린 사과! 누구나 약점이 있는 존재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면 지나친 상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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