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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도통 되는 게 없다”는 푸념 넘치는 월요일
마음의 탓일까요. 월요일 오전 창밖 공기가 매우 게슴츠레합니다. 납덩이처럼 무겁게도 느껴집니다. 기자만의 생각일까요. 세상살이에 맘이 워낙 편치 않은 까닭인지 모를 일입니다.

아침신문을 뒤적일수록 암담하고 또 괘씸한 생각에 더 잠겨듭니다. 중앙일보 1면 ‘벼랑끝 샐러리맨···2만7800명 짐쌌다’는 톱 기가 우선 눈에 들어옵니다. 올해 1~9월 사이 300대 대기업에서 일어난 일이랍니다. 그러니까 줄잡아 하루 102명꼴로 내동댕이쳐지듯 길거리로 나가떨어지는 셈입니다.

칼바람은 업종 구분이 없습니다. 외환위깁네, 재정위깁네, 금융위깁네 하며 야단법석을 떨며 하는 구조조정보다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이뤄지는 ‘자르기’가 더 무서운 법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불황의 터널이 가져 온 불행한 사태입니다. 칼바람은 서비스업이든 제조업이든 상관치 않습니다. 보험회사도 중공업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더 걱정되는 것은 정작 내년입니다. 더 나아질 기미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권력다툼이 이런 걸까

사정이 이런데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언제부턴가 헛돌고 있습니다. 사후 관리는 더 엉망입니다. 재활교육 시스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잘리면 그 길로 끝인 겁니다. 내년에 벼랑 끝에 샐러리맨들이 더 늘 것이라는 참담한 예측이 서글픕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난세 그 자체입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유기체를 보기 어렵습니다. 대통령도 청와대도 정부기관, 여야를 싸잡아 정치권도 죄다 난기류에 휩쓸리는 형국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대여섯 달 넘게 비실비실하더니 이제는 초유의 권력다툼 회오리에 넋을 잃고 헤매는 모습입니다.

국가 동력을 되살릴 기력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저들이 누구이든 이들이 누구이든, 무엇을 근거로 국민 앞에서 국정을 이처럼 농단하고 농락하는 것인지 분노가 치밉니다. 공식선상에 있지도 않는 자들의 치고받는 싸움판에 나라가 거덜 날 지경입니다. 일사분란하게 나아가도 모자랄 판에 이게 뭡니까.

보십시오. 천방지축 일본 아베정권은 의회해산에 이은 중의원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돈 풀어 돈 먹기 식’ 아베노믹스는 물론이고 그 군국주의 망령을 현실화하려는 현 정권의 장기집권의 야망을 마침내 실현하고 말았습니다. 아베는 “결정해야 할 때는 확실히 결정해 나가는 정국 운영을 하겠다”고 승리 일성을 내놓았습니다. 

‘땅콩 리턴’ 벌어진 대한항공 1등석 모형

가뜩이나 어려운데 가진 자의 횡포로 나라가 시끌벅적 합니다. 이른바 ‘땅콩리턴’ 사건 이후 주요 기사 댓글을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거기엔 놀랍게도 ‘노예’라는 표현이 난무하다시피 합니다. 충격입니다. 평범한 직장인들, 우리 이웃의 ‘자괴감’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댓글 감촉으로 보아 젊은이들이 자신을 더 비참하게 묘사하는 것 같아 마음이 미어집니다. 전에 이런 적 별로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 정상과 평온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납니다.

가장 잘 나가는 팔자가 부모보다도 할아버지 잘 만난 팔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 통념 아닌 통념이고 공식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목도하는 것이 그 짝입니다. 고난과 난관을 극복하며 기업을 세운 불굴의 1세대 경영은 존경의 대상이었다고 칩시다. 부친의 경영수완을 눈치코치로 지켜보며 나름 터득하려 노력해 온 2세 경영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3세 경영은? 

지옥철에 시달리는 샐러리맨들, 그리고 지하철 창문에 적힌 한줄의 詩

물론 옹골차게 배우고 익혀 또릿또릿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렵니다. 그러나 실제로 서민들과는 딴판의 세상에서 눈뜨고 먹고 걷고 타고 공부한 그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야말로 황제코스입니다. 젊은 나이에 상속받아 경영자의 길을 버젓이 걷는 이들 3경영자들 눈에 소속 회사원들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그런 점에서, 땅콩리턴 파문은 못 볼 것은 본 게 아니라 터질 것이 터진 것입니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도 딱 중반입니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할 때인데 사회 분위기가 영 아닙니다. 캐럴송은커녕 어두침침한, 암담한 기운만 팽배할 따름입니다. 기분 좋은 구석이라곤 좀체 찾아보기 힘든 때입니다. 문득 바라다 본 월요일 바깥 공기, 참 뭣합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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