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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주범과 종범 구분 못하는 검찰 수사가 낳은 비극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수사를 받아온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가 14쪽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경위는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지난 2월 청와대에서 들고 나온 라면 박스 2상자 분량의 문건을 복사해 언론사 등에 유출한 당사자로 지목됐다. 최 경위의 자살로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던 검찰의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문건 작성 및 유출 행위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등 ‘7인회’가 주도했다는 청와대 감찰 결과를 전달받고 7인회 수사에 앞서 최 경위 등 경찰관 2명을 구속수사하려 했다 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동료인 한모 경위에 대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회유시도, 힘 없는 조직(경찰)의 일원으로서의 회한, 일부 언론의 단정적 보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최 경위의 형은 동생이 생전 전화통화에서 “검찰도 누가 지시하느냐, 결국은 모두 위(청와대)에서 지시하는 거 아니냐. 퍼즐맞추기다”고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우선 한 경위에 대한 ‘민정비서관실의 제의’가 무엇이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이 부분이 명쾌하지 않으면 짜맞추기 수사라는 의혹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최 경위의 안타까운 죽음은 문건 수사의 총제적 난맥상이 낳은 비극이다. 문건 파동의 주범 격인 청와대 비선 실세는 뒤로하고 종범 격인 말단 공무원만 잡은 셈이다. 청와대는 문건이 유출된 지난 6월에는 손놓고 있다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국기문란’ 이라며 난리를 치고있다. 유출 문건은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지면 ‘찌라시’가 되고, 유출자를 색출할때는 국가 기밀의 공식기록물로 변신하는 등 유ㆍ불리에 따라 청와대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도 전에 조응천, 박관천 등 7인회가 유출을 주도했다는 감찰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것도 공정성 시비를 낳기에 충분하다. 검찰은 비선의 국정개입 여부 수사는 뒷전으로 미뤄놓고 문건의 시중 유포자에만 초점을 맞추는 ‘청와대 코드 수사’에 집중했다. 지난 12일 최 경위의 구속 영장이 기각된 것은 코드 수사가 경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이 수사한 휴대전화 통화내역, 정보분실의 복사 기록 등이 공무상 비밀누설을 입증하기는 커녕 구속사유도 안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것이다. 이런 식 이라면 검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아도 믿을 국민이 많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검찰 수사가 정상 궤도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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