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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형 생활임금제’ 공공근로 배제 ‘반쪽정책’
-정부와 매칭사업 예산 책정 어려워 쏙 빠져
-섣부른 도입 노동취약계층 박탈감만 더 키워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서울시가 내년부터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도입한다. 생활임금제은 근로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거비와 교육비, 문화비, 물가수준 등을 임금에 반영하는 정책으로, 최저임금보다 높다. 비정규직 등 주로 노동취약계층에게 적용되지만, 정작 하루 생계비를 걱정해야 하는 공공근로는 배제해 ‘반쪽짜리’ 생활임금제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연구원이 개발한 ‘3인가구 가계지출 모델’을 기준으로 내년부터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시행한다. 1단계로 서울시와 투자ㆍ출연기관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근로자에 적용하고, 2단계로 2017년부터 용역 및 민간위탁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해 기준(시급 6582원)으로 총 43억3600여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서울형 생활임금제에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들이 쏙 빠져있다는 점이다. 공공근로는 실직자, 노숙인 등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공공분야 일자리를 제공해 최소한의 생계 유지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길어야 10개월 정도 일할 수 있는 공공근로는 비정규직보다 생활이 더 어렵다. 생활임금이 절실한 계층이 공공근로인 셈이다.

서울시는 그러나 공공근로가 사회부조 성격이 강한데다 정부와 매칭사업으로 진행돼 예산 책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근로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임금을 받고 있는데 서울시만 생활임금을 적용하면 예산을 마련할 수 없는 다른 지방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공공근로에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문제를 중앙 정부와 협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자체 사업인 ‘서울형 뉴딜 일자리’도 생활임금에서 제외돼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서울시의 섣부른 생활임금제 도입에 노동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만 더 커지게 됐다. 특히 노동취약계층의 권익보호라는 당초 취지도 크게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서울형 생활임금제을 분석한 최봉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생활임금을 적용받으면 저임금계층은 급여가 오르지만 차상위계층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활임금을 잣대로 노동취약계층을 또다시 갈라놓는 셈이다.

또 서울시가 한정된 예산으로 짜맞추기 정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시 전체 공공근로 8600명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할 경우 소요되는 예산은 매달 최소 8억3400만원에서 최고 21억7500만원이다.

공공근로사업이 통상 10개월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83억원에서 218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당초 예상한 예산(43억3600만원)보다 최고 5배 가량 더 많은 셈이다.

최봉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 적용에 대한 논리적 당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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