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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룰렛이 뭔지도 몰랐는데… 딜러로 인생 이모작합니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집에서 살림만 하던 엄마가 예쁘게 꾸미기도 하고, 자기 일까지 한다고 하니 아이가 정말 자랑스러워하더라고요.”

지난 12일 카지노 딜러 교육 과정 수료식에서 만난 교육생 박영순(44ㆍ여) 씨는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9월 말부터 약 12주간의 교육과정을 모두 수료한 박 씨는 이르면 2주 뒤부터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서 주 2회 파트 타임 근무를 시작하게 됐다. 24년 전, 워커힐 호텔에서 10년간 딜러로 일한 이래 14년 만의 공백을 깨고 카지노계에 복귀하는 셈이다. 박 씨는 “더는 누구 엄마가 아니라 제 이름 석자로 불리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이자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GKL은 올해 처음으로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을 대상으로 무료 카지노교육 과정 ‘GKL 아름다운 리턴십’을 개설했다. 벌써 3차례에 걸쳐 열린 리턴십에는 각각 24~25명씩 약 73명의 경단녀들이 참여했다. 이 중 80%는 제주도와 강원도 등을 비롯해 세븐럭 등에서 주 2회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사진=GKL 제공

지난 1ㆍ2회 과정이 ‘딜링 경험’이 있는 카지노 경단녀들을 위해 개설됐다면, 특히 이번 3차 교육은 딜링을 처음 접하는 경단녀와 딜링 유경험 경단녀를 아울렀다.

“룰렛, 블랙잭은 커녕 심지어 칩이 뭔지조차 몰랐다”는 세 아이 엄마 이현화(35ㆍ여) 씨는 “교육을 앞두고 많은 걱정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둘째 출산 전까지 웨딩 플래너로 일하다 그만뒀다. 셋째 출산 후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이력서를 넣어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아이 셋은 ‘걸림돌’이었다. 그러던 중, 일ㆍ가정 양립을 외려 권장하고 있는 GKL의 리턴십을 보고 지원하게 됐다. 이 씨는 “교육 전에는 고작 12주만으로 딜링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면서 “다행히 교육을 마치고 수료식을 앞둔 지금, 완벽하지는 않지만 경력자 분들과 딜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고 말했다. 

사진=GKL 제공

GKL 아카데미 교관 등에 따르면 일선에 복귀하는 경단녀들의 대체적인 문제점은 ‘자신감 결여’다.

이에 아카데미 측은 사회 재입문을 위한 자신감 회복을 돕고 있다. ‘개인별 이미지 컨설팅’, ‘셀프 리더십’ 프로그램이 단적인 예다. 김상욱 GKL 아카데미 교관은 “엄마는 강하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교육생들을 보면 눈물이 많다”면서 “가정에서 벗어나 일을 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자신들에겐 도전이라 자꾸만 아이들이 떠오른다더라”고 말했다.

사진=GKL 제공

한편 경단녀들에겐 직업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자신감 회복’이기도 하다. 이 씨는 “결혼 전엔 빨리 일을 그만두고 편하게 살림만 하며 아이를 키우고 싶다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게 살다보니 우울증을 얻게 됐다”면서 “첫째 출산 후 우울증을 일로 극복한 만큼, 이번에도 일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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