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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국 경색 돌파구? 그들만의 야합? ‘빅딜’의 정치학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빅딜(Big Deal). 주로 기업들이 대규모 사업을 교환하거나 매각ㆍ통폐합하는 것을 뜻한다.

요즘 이 ‘빅딜’이라는 말이 여의도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여야는 양당 대표ㆍ원내대표 간 ‘2+2회동’을 통해 ‘빅딜’을 성사시켰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조속한 처리를 채근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의 착수를,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여권에 대한 공세 타깃으로 삼았던 ‘자원외교 국정감사’ 추진을, 말 그대로 주고 받았다.

그런데, 이 ‘빅딜’이 과연 성공한 거래였으냐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평가는 다분히 회의적이다.

빅딜을 통해 꽉 막힌 정국을 뚫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 보였지만, ‘악마의 디테일’을 놓고 다시 정쟁이 재개된 탓이다.

애초 여야 간의 ‘빅딜’이 이뤄졌을 때부터, 이런 분란이 생길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합의 사항의 내용이 “최대한 처리한다” “연내 구성한다”와 같이 뜬구름 잡는 식으로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빅딜을 통해 해결하려던 정쟁이, 빅딜로 인해 다시 꼬여버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빅딜’을 고깝게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정국이 얼어붙었을 때, 이를 일거에 해소할 돌파구로서의 빅딜은 지금껏 수도 없이 이뤄졌다.

지난 2일 통과된 2015년도 예산안은 여당의 누리과정 양보와 야당의 법인세 인상 요구 포기라는 ‘딜’이 성사되며 12년만에 처리 기한 준수라는 ‘옥동자’를 낳을 수 있었다.

지난해 극한 대치속에 해를 넘기며 통과된 2014년 예산안 역시, 야당이 주장한 국정원 개혁법을 여당이 수용하면서 극적으로 통과된 바 있다.

이런 순기능이 분명 존재하지만, 정치권의 ‘빅딜’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매섭기만 하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자당의 이익과 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한 ‘야합’이라는 인식 탓이다.

가뜩이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높은 수위에 달한 요즘 같은 시기에 이뤄지는 빅딜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양보와 타협의 산물인 정치에 있어서 ‘빅딜’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정치권의 빅딜에 대해 “타협을 하지 않으면 싸움을 해야 하는데 그건 정치에 더더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야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치행위로 봐야한다“며 빅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경계했다.

최 교수는 덧붙여 빅딜이 이뤄지기 위해선 여야의 협상 당사자들이 협상 내용을 관철시킬 수 있는 확고한 리더십을 지녀야 가능하다고 전제했다.

최 교수는 ”협상에 나서는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불안하면 상대방과 주고받은 빅딜의 내용이 당 전체의 의견으로 공유되기 힘들다“면서 ”단적으로 세월호 정국만 봐도 수차례에 걸친 합의안이 야당에서 틀어지고, 당내의 추인을 받지 못하지 않았나“라며 빅딜의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끝으로 빅딜이 이뤄지는 과정이 순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보하기 힘든 의제를 놓고 이뤄지는 빅딜은 내용이 중요한데 양측이 양보를 염두에 둔 타협을 하는지, 아니면 타협을 하는 척 하면서 자신들의 협상전략을 강화하려는 꼼수를 쓰는 건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협상국면에서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여론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삼아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김무성 대표의 “정치는 딜 아니냐”라는 한 마디는 정치공학에서 ‘빅딜’의 무게감을 명쾌하게 정리해줬다.

하지만, ‘빅딜’의 당사자는 여야, 정치권만으로 국한해선 안된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주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국민과 정치권 사이의 ‘빅딜’이 필요하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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