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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타나모 수용자의 폭로…“돼지 취급에 성추행 일상”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고문 실태 보고서가 공개된 가운데, ‘인권 블랙홀’로 악명 높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었던 한 남성이 미국의 인권 유린 실태를 폭로해 파장이 예상된다.

CNN 방송은 11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알카에다 최고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의 보안 업무를 수행한 혐의로 기소 절차도 없이 13년 간 관타나모 수용소에 감금돼 각종 고문을 받았던 예멘인 ‘사미르 나지 알 하산 모크벨’의 기고문을 소개했다.

쿠바의 미국 해군기지 안에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9ㆍ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미국이 체포한 알카에다, 탈레반 등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하고 있는 곳이다. 고발이나 재판 등 적법한 절차 없이 구금하고 각종 고문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권 블랙홀’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2009년 석방 명령을 받았지만 여전히 구금 중인 나지는 “6000쪽 분량의 상원 CIA 고문 보고서는 미국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처음 감금됐을 때 받은 고문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처음 심문은 3달 내내 이어졌다. 두 명의 심문팀이 주야로 바꿔가며 심문을 했다”면서 “자고 싶었지만 얼굴과 등을 구타해 잠을 깨웠다.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고문실 벽들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사진을 보며 누군지 알려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한 고문관은 팔에 알 수 없는 물질을 2차례 주입해 정신을 잃게 했다고 덧붙였다.

[자료=게티이미지]

나지는 또 “고문실 바닥에 음식을 던져놓고 돼지처럼 먹으라고 시켰다”면서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했다.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지켜보면서 바지에 오줌을 싸면 그들이 어떻게 날 강간할지를 내게 통역하는 걸 들으며 웃었다”는 충격적 내용도 고백했다.

관타나모 심문관들은 나지를 영상실에 끌고 가 다른 포로들이 고문을 받는 영상을 보게 했다. 그 자리에서 심문관들을 위해 춤을 추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이를 거부하면 그의 성기를 건드리거나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

수용소에는 ‘포르노실’도 따로 마련돼있었다고 나지는 전했다. 그에 따르면 방 안에는 음란 사진으로 가득했으며 수간 행위를 담은 사진도 있었다.

여기서 나지는 옷을 벗고 턱수염을 밀린 채로 여성의 음란 사진들을 강제로 봐야했다. 이어 동물들의 소리를 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말을 따르지 않으면 구타와 차가운 물고문이 기다렸다. “수염을 민 건 내 종교(이슬람)를 모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136명의 포로들이 여전히 관타나모에 수용돼있다”면서 “미국은 이런 과거와 현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CNN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8년 취임 초 관타나모 수용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09년 이래 100여명이 석방됐으며, 이번주에도 6명이 추가 석방됐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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