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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뒤덮은 까마귀떼, 美스프링필드 주민들 ‘악몽의 3년’
질병 우려에 새똥 청소 골머리
나무, 지붕, 차양 등 마을 어디에나 새 떼가 가득 앉아있고, 몰려다니는 새떼로 하늘은 시커멓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 영화 ‘새’의 한 장면 같은 이 풍경은 실제 미국 오하이오 주 스프링필드 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AP와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스프링필드 주민들은 3년전부터 이맘때면 마을을 찾아오는 엄청난 수의 까마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만해도 5만마리가 마을 전체를 횃대 삼아 앉았다.

영화에서처럼 까마귀가 사람을 직접 공격하는 일은 없지만,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문 앞 도로에 무리지어 있는 새 떼는 보는 이를 섬뜩하게 하는 공포스러운 존재다. 새는 세균과 질병 전염원이 될 수도 있다. 

주민들은 평온한 일상을 깬 까마귀와 전쟁 중이다.

새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음파를 방출하는 노이즈기계를 마을 도서관 뿐 아니라 식당과 상점도 들여놨다. 새를 일시에 날려보내는 데 쓰이는 레이저포인터도 동원했다.

한 주민은 “까마귀는 똑똑해서, 소음 발생기의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바꿔줘야한다”고 말했다.

새 똥을 치우는 일도 간단치 않다. 지난 몇년간 다운타운 지역의 상업지구에서 새가 흘린 오물을 제거하고, 설비를 수리하는데 든 비용은 총 3억5000만달러(3852억원)에 이른다.

까마귀 떼가 지나간 뒤 청소 작업에만 연 1만달러가 쓰인 것으로 추산된다.

오하이오 주정부는 주 전역에 걸쳐 많이 살고 있는 까마귀가 늦여름이 되면 무리 지어 날아 오르기 시작해 겨울철에 남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까마귀 떼가 유독 남부 스프링필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명확치 않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도시 기온이 시골 보다 높아 새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음식물 쓰레기 등 먹이가 있는 점, 까마귀의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는 점도 도심에 까마귀가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짐 맥코맥 오하이오 주정부 야생동물부의 항공교육 전문가는 “까마귀는 매우 영리해서, 도심 지역이 더 안전하다는 걸 간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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