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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참여연대가 주장한 ‘조현아의 甲행동’, 사실이라면?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안하무인 폭언에, 절차를 무시한 지시까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甲) 행태에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온갖 돌고 있는 루머들까지 합치면 믿고 싶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그만큼 전해오는 내용은 상식 이하다. “설마, 그랬을리가 있겠나…”라며 믿지 않는 이가 있기도 한 이유다.

그런데 참여연대가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폭로한 내용을 보면 이같은 ‘설마 하는’ 마음이 사그라진다. 참여연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엽기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땅콩 리턴’ 사건의 내막을 설명한 참여연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민적 지탄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갖고 ‘땅콩 회항’ 사태를 둘러싼 대한항공 측의 사과문이 “100% 거짓말”이라며 서울 서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무장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태블릿 PC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내용이나, 사무장의 하기가 기장과 상의된 내용이라는 점 등이 사실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조 부사장이 승무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부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다소 언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승무원을 비하하는 욕설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욕설을 배제하더라도 참여연대가 공개한 조 부사장의 행동은 과하게 느껴진다. 임원으로서 기내 서비스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다지만 이를 해결하는 절차나 방식은 투박했다. 부하직원을 스트레스 풀 대상으로 여긴 듯한 행간도 비쳐져 아쉬움이 크다. 사실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사회상식과도 어긋난 행동이었다.

잘못한 점이 있다면 사무장만 따로 불러내 조용히 지적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항공 직원 뿐만 아니라 250명의 승객들이 탑승한 비행기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지 않았다면, 이런 행동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 부사장은 ‘라면상무’ 사태 당시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말은 헛된 말이었나보다.

이번에 조 부사장의 행동으로 하기한 사무장이나 야단을 맞은 승무원, 이들은 당혹감, 수치심을 넘어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까지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갑의 횡포도, 이런 갑의 횡포는 유래가 없어 보인다. 때문에 ‘직원을 ‘머슴’으로 안다’, ‘갑의 지위를 이용한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의 한 관계자는 며칠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사자들이 앞으로도 근무를 해야하는 입장이라 이번 사태로 인해 불이익 처분을 받으면 곤란하지 않겠냐”며 고발 자체에 대한 어려움과 난색을 표했다. 참여연대 측도 이번 사태의 당사자들이 해고 등을 우려하고 있다며 그들을 대신해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당장 ‘밥그릇’ 걱정을 해야 하는 을(乙)로서는 얼마든지 자신의 밥줄을 쥔 갑(甲)에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조 부사장의 사퇴로 이번 일을 마무리 지을 생각인 것 같은데, 진화가 되려면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한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 을(乙)들은 정말 화가 나 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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