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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기부는 영미권 전유물 아니다”…동남아, 아프리카의 부호 자선가들
질병퇴치·교육개선·난민 등 적극 지원


[특별취재팀=홍승완 기자] 기부를 흔히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양 거부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속칭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도 부를 사회에 환원하려는 슈퍼리치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돈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기계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국가가 처한 질병, 교육부족, 환경보호 등의 특정 주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부호 가운데 한명인 타히르(Tahir) 메이파다그룹 회장은 인도네시아의 빌 게이츠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자신만 기부를 하는 것을 넘어 다른 부호들을 설득해 기부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4월 출범시킨 인도네시아 헬스펀드다. 그는 부자 기업가 8명을 설득해 한 사람당 500만달러씩을 기부하게 해 펀드를 조성했다. 그의 목표는 참여하는 기업가 수를 늘려 펀드 규모를 1억달러 선으로 확대해 이를 기반으로 자국 내의 폐결핵, 말라리아, 소아마비 등을 퇴치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타히르 회장의 목표액은 금세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타히르 회장의 활동을 빌 게이츠가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게이츠는 펀드의 출범 행사에 직접 참여한 데 이어 펀드가 1달러를 모을 때 1달러를 본인이 매칭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펀드의 목표 규모도 2억달러로 늘어났다. 타히르 회장은 이에 화답하기 위해 지난 12월 게이츠가 주도하고 있는 자선 단체인 더 기빙 플레지에도 가입했다.

인도네시아의 샤콘 타히야ㆍ조지 산토스 타히야 형제도 눈에 띄는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오스틴도 그룹을 이끌고 있는 형제는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의 타히야 재단을 설립하고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 모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뎅기열 퇴치에 힘을 쏟고 있다. 해양 생물과 산호초 보호, 문화유산 복원 등을 위해서도 주기적인 기부를 벌이고 있다. 


이웃나라 말레이시아에도 기부에 힘쓰는 거부들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은 시에드 모크타르 알부크하리 MMC사 대표다. 그는 지난 10년간 말레이시아인 중 가장 기부를 많이 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특히 국내를 넘어 국외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의 해결에 많은 돈을 기부한다. 그는 파키스탄에 난민 캠프를 만들고, 중국ㆍ인도네시아ㆍ이란 등의 지진 피해민들의 재활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에도 상당한 돈을 기부했다. 우간다와 네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병원과 교육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2013년까지 그가 기부한 돈의 총액은 5억달러를 넘었다.

강소국 싱가포르 역시 많은 기부왕 슈퍼리치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일본시멘트싱가포르의 설립자인 고청량(Goh Cheng Liang)이다. 그가 만든 고 재단(Goh Foundation)은 지난 3월 4000만달러를 싱가포르 국립 암치료센터에 기부하고 중성자빔 치료 설립을 위한 것이었다.

아라비아반도의 소국 오만의 소브하그룹 창업자인 PNC메논(PNC Menon)도 지난해 7월 자기 재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6억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인도계 오만인인 그는 기부를 통해 인도와 오만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교육기관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형편이 어려운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도 기부에 열심인 기업가들은 많다. 경제 규모가 작은 만큼 절대 기부액은 유럽이나 미국에 뒤지지만, 빈궁한 아프리카인들을 돕겠다는 노력은 해를 거르지 않고 이어진다. 


대표적인 인물이 아프리카 최고 부자인 나이지리아의 알리코 당고테(Aliko Dangote) 당고테그룹 회장이다. 그는 매년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기부를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2012년의 경우 대략 3500만달러를 기부했다. 특히 2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그해 11월의 대홍수 때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구호활동을 돕기 위한 1500만달러 규모의 자선펀드를 신속하게 조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통신ㆍ금융 재벌인 짐 오비아(Jim Ovia)도 아프리카에서 기부로 유명한 기업가다. 그 역시 자국의 대홍수 때 660만달러 상당의 기부를 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본업인 통신업을 이용해 젊은층들을 지원하는 ‘Youth Empowerment & ICT’ 재단을 조성하기도 했다.

흔히 개도국, 후진국으로 불리는 이런 사례들에 비하면 세계 8위 교역국이자 신흥 경제 강국 한국의 기부 사정은 다소 아쉽다. 많은 재벌들이 재단이나 소유한 회사를 통해 사회 곳곳에 자선을 배풀고 있지만, 사회가 느끼는 온기의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포브스가 지난 6월 ‘48명의 기부 영웅들(48 Heroes Of Philanthropy)’이라는 제목으로 기부에 힘쓰고 있는 아시아권의 주요 인물들을 선정했을 때 리스트에 포함된 이는 4명이었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대표와 피겨여왕 김연아, 민남규 케이디켐 대표이사, 박희정 전 고려대 교수가 그들이다. 반면 재벌 기업가를 비롯한 슈퍼리치들은 어느 누구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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