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미국 중앙정보국(CIA)가 고문기술자에게 8000만달러를 건넨 사실이 밝혀졌다. CIA는 이들과 함께 워터보딩(물고문), 수면박탈 등 20가지의 고문기술을 개발했다. 이로써 ‘애국주의’에 사로잡힌 미 정보당국이 고문기술 개발을 위해 기울인 갖은 노력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9일(현지시간) 발표한 ‘CIA 심문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당초 ‘심문기술 강화’를 위해 한 업체와 1억8000만달러(약 200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2009년 계약이 종료되며 8100만달러(약 900억원)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NBC방송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가명을 사용했으나 NBC는 심리학자인 존 ‘브루스’ 젠슨 박사와 제임스 미첼 박사가 운영하는 회사인 워싱턴주 스포캔의 ‘미첼, 젠슨 앤 어소시츠’(Mitchell, Jessen & Associates)인 것으로 확인했다. 두 사람은 이전에도 미 공군과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었다.
보고서는 “알카에다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테러방지에 대한 배경지식, 적절한 문화적ㆍ언어적 경험이 없었는데도 이들을 고용했다”고 지적했다.
CIA가 이들과 처음 계약을 체결한것은 지난 2002년 4월로 알카에다 주요 인사 중 하나인 아부 주바이다가 잡힌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NBC는 전직 정보 관계자 및 의회 조사단을 인용, CIA가 2002년 7월부터 두 사람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젠슨은 당시 국방부에서 선임 심리학 전문가로 있었고 특수임무부대에 소위 ‘SERE’(생존ㆍ회피ㆍ저항ㆍ탈출)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훈련을 통해 고문을 이기고 저항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젠슨은 이후 ‘며칠 간’ 고문기술을 의논하기 위해 CIA로 갔고 동시에 미첼과 함께 공군에서의 업무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은퇴한 다른 동료와 함께 미첼, 젠슨 앤 어소시츠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7명의 개인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으며 이들 중 6명이 SERE 프로그램에서 고용인이나 계약자로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CIA는 2005년까지 이 회사에 강화된 고문 기술 개발 업무를 맡겼다.
보고서는 회사가 “강화된 심문 기술들을 개발했고 CIA의 가장 중요한 포로들 일부에 대해 이 기술들을 사용해 개별적으로 심문 작업을 수행했다”며 “기술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 포로들의 정신적 상태를 평가하기도 했고 심지어 일부 포로들은 직접 심문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CIA는 미첼, 젠슨 앤 어소시츠와 20가지 강화된 기술들을 개발했고 10개로 압축했다. 일부 기술들은 다소 지나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들이 개발한 기술 가운데엔 워터보딩과 수면박탈, ‘스트레스 자세’ 강요 등이 있었다.
CIA 법무 자문위원 존 리조는 자신의 저서 ‘컴퍼니 맨’(Company Man)에서 두 심리학자와의 만남에 대해 미첼과 젠슨이 추천한 일부 기술은 ‘가학적이고 소름끼쳤다’고 묘사했다고 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