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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만원〈3.3㎡당〉에 사면 내년엔 1000만원”?…현장방문前 가계약은 금물
기획부동산 활개치는 평택일대 투자상담 체험해보니…
“현장부터 먼저 가보자” 제안에
상담사, 각종 개발계획 총망라한 설명

시청 담당자 “사실과 거리멀어 주의해야”
현지 부동산업계 “300만원도 비싼 가격”
내년 착공 유력시 된다던 건설사도
“언급된 지구 아파트 건설 계획 없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평택 땅을 3.3㎡당 300만원대에 사면 내년엔 1000만원대로 올라 단기간에 3배 이상의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 전혀 사실과 다른 허무맹랑한 얘기일 거라고 일축했지만 지인을 비롯한 여러명이 진지하게 상담을 받고 현지 방문까지 다녀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본지 기자도 9일 직접 ‘투자상담 체험’에 나섰다.

한 번 연락이 닿자 평택 땅을 판다는 사무실에서 연락이 끊이지 않고 왔다. 언제쯤 사무실로 찾아 오겠다며 방문 의사를 물음과 동시에 방문 약속을 잡기 위한 것.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삼성전자 고덕신도시 투자 등의 호재를 업고 평택 땅을 파는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평택 미군기지 인근 전경.

만나기로 한 약속 당일 한 여성은 전화를 통해 “선릉역 1번 출구에서 보자”고 연락해왔다. 선릉역 1번 출구에서 이 업자를 만나 인사를 나눈 뒤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한 건물로 이동했다. A기획부동산이 위치한 건물에 들어선 기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들어섰고 상담을 위해 마련한 여러 개의 상담실이 눈에 들어왔다.

상담실에 들어서자 기획부동산의 상담사로 보이는 여직원은 1:1 투자상담을 시작했다. “현장으로 먼저 한 번 가보자”는 기자의 제안에 여직원은 “그래도 먼저 짧게 평택 부동산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들어야 한다”고 말한 뒤 각종 자료집과 지도, 평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벽면의 대형 지도를 펼쳐보였다.

브리핑 내용은 훌륭했다. 평택의 각종 개발계획을 총망라한 설명이 일목요연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짧게라도 해야 한다던 브리핑은 점점 길어져 한 시간을 훌쩍 넘겼고 두 시간을 채워가고 있었다. 

그러나 여직원의 오랜 설명에도 기자가 품은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 여직원은 “지금 3.3㎡당 300만원대에 땅을 사면 내년에 3.3㎡당 1000만원까지 오르는 게 확실하다”며 “5000만원 소액이라도 좋고 가용한 금액을 총동원해 2억원 어치 정도 사놓으면 내년에는 5억~6억원으로 오를 것이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투자가 없다”고 했다.

여직원은 국내 대형 건설사인 S사와 L사가 내년에 이 부지에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를 세울 예정이며, 내년 착공할 즈음에는 이 땅이 천정부지로 오르니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설명했다. 특정 지역 땅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게 아니고 해당 구역의 일정 지분이 계약서에 명시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대략 두 시간가량 진행된 투자 설명이 끝나가자 밖은 어느새 뉘역뉘역 해가 저물고 있었다. 선릉역에서 지금 출발한다 한들 깜깜한 밤에야 평택에 도착하게 된다. 설명을 마친 여직원은 “그러면 이제 현장을 가보자”며 “현장에 가기 전 가계약금조로 300만원을 우선 입금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녀와서 마음에 안 들면 전액 환불된다”는 말도 곁들였다. “방문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자”는 기자에게 이들은 끈질기게 가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한동안 질문 공세에 시달린 뒤에야 겨우 뿌리치고 사무실을 나왔다. 처음 기자를 이 사무실로 안내한 여직원은 다시 기자가 선릉역에 갈 때까지 따라오며 투자를 종용했다.

이런 상담 내용을 평택시청에 문의한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담당자는 “사실과 거리가 멀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토지 거래는 개인과 개인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개입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또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평택 땅중에서 3.3㎡당 300만원대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다.

해당 부지에 내년 착공이 유력시된다는 건설사 S사에 문의한 결과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S사 담당자는 “언급된 해당 지구에 아파트 건설 계획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기획부동산은 대부분 현장 방문전 가계약금을 요구하는데 가계약금을 내는 순간 기획부동산 상술에 반쯤 넘어가게 되니 절대 내지 말라”며 “현장 방문시엔 기획부동산과 무관한 현지 부동산의 조언을 듣고 실제 시세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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