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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나지 않은 시련…짐 싸는 애널리스트
매번 구조조정·연봉삭감 1순위
올 1321명서 1189명으로 감소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
증권가의 꽃, 여전히 시린 겨울



주요 증권사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면서 여의도 증권가가 오랜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반면 ‘증권가의 꽃’으로 불렸던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시린 겨울을 보내고 있다. 애널리스트로서 좋은 시절은 끝났다는 푸념마저 여기저기서 들린다.

구조조정과 연봉삭감에서 매번 1순위에 오르는데다, 금융당국까지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코너로 내몰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국내 증권사의 전체 애널리스트 숫자는 1189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1321명과 비교해 10% 감소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1200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7년 초(1082명) 이후 8년여 만의 일이다.

애널리스트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2011년 2월말 158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고 업계 불황이 계속되면서 다시 1100명대로 내려앉았다. 2011년 이후 매년 10%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특히 올해는 구조조정과 인수ㆍ합병(M&A) 여파로 대형사를 중심으로 애널리스트 감축이 컸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한 현대증권은 연초 대비 23명이 줄어들면서 가장 많이 줄었다. NH농협증권과 합병되는 우리투자증권(20명)의 감축폭도 컸다. 이어 유안타증권(11명), 키움증권(10명), 삼성증권ㆍ신한금융투자(9명)가 뒤를 이었다.

애널리스트 인력이 올해 초보다 늘어난 증권사는 교보증권(4명), 한국투자증권ㆍ메리츠종금증권(2명) 등이 있지만 증가폭은 적은 수준이다.


최악의 구조조정 한파 속에서 애널리스트가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부서 특성상 수익성이 크지 않은 반면 억대 연봉자가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중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연봉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인력 이탈 때문에 근무시간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며 “지점 영업이나 펀드매니저로 업무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스타급 애널리스트’의 이탈도 심각하다. ‘최연소 리서치센터장’으로 잘 알려진 황상연 전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8월 알리안츠자산운용 주식운용총괄상무로 옮겼다. 최석원 전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문기훈 전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각각 메리츠화재 자산운용팀장, 신협중앙회 자산운용본부장으로 이직했다.

금융당국이 애널리스트 활동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부담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주식시장 발전방안’에서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증권사 개별 애널리스트가 발행한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매도 의견을 얼마나 냈는지 비율을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매수 의견 일색의 기존 관행을 바꾸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업계 측에서는 “목표주가만 내려도 투자자 항의가 빗발치고 기업 탐방이 막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리서치 활동이 제약될 가능성도 높다”며 우려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급감이 장기적으로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골드만삭스 등이 세계적인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리서치 능력”이라며 “단기적인 비용 손익만 계산해서 리서치센터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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