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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정태일] 가족끼리 왜 이래
4개월 전 정의화 국회의장을 인터뷰했을 때 얘기다. 정 의장은 당시 중장기적 정책 과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를 국회에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KDI(한국개발연구원)처럼 정부산하 연구기관에서 나온 데이터를 국회가 체크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구상은 최근 국회사무처가 ‘국회미래연구원 설립법안’을 제출하면서 구체화 됐다. 사무처는 입법부에 중장기적 정책정보를 생산하는 기관이 없어 정책 대응능력이 뒤쳐진다며 싱크탱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형준 사무총장은 “내년 상반기 중 예산 약 60억원을 들여 40명 규모의 싱크탱크를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시큰둥한 반응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이미 자체적으로 여의도연구소와 민주정책연구원이라는 싱크탱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의 경우 더 마뜩하지 않는다. 국회 내 새로운 싱크탱크 출현 자체에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여의도연구소 관계자는 “40명 규모는 25명 안팎인 우리 인력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정책경쟁은 긍정적이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국회의 영향력 확대가 곧 우리의 이익은 아니다’라는 생각과 닿아 있다. 여야 싱크탱크는 정부견제보다 철저히 ‘집권’에만 목표를 두고 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국회운영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여당 쪽에서 설립법안을 심사목록에 올리길 꺼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국회 싱크탱크가 생겨 행정부 견제력이 강화되면 정부ㆍ여당이라는 연결고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아니나다를까 여야의 우려대로 국회사무처는 색다른 접근법을 구상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공무원연금개혁안을 국회 싱크탱크에서 다뤘다면 보다 쉽게 해법을 찾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회미래연구원 설립을 둘러싼 정치권의 싸늘한 기류는 결국 입법부라는 한지붕 아래에서 펼쳐지는 ‘내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진다. 최근 인기드라마 제목이 떠오른다. 가족끼리 왜 이래.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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