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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의자 마음 녹인 ‘속옷 한벌의 사랑’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지난해 12월, 대전지검 형사3부에서 근무중이던 황지수(40ㆍ7급ㆍ현재 대전지검 천안지청 근무 중) 수사관은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된 피의자를 조사하고 있었다. 어렵게 살다 보니 이미 몇년 전부터 가족들과 연락도 끊기고, 술 마시며 살아가다 취하면 소란을 피우기를 여러차례 반복해 온 사람이었다.

세상에 불만도 많고 황 수사관에게도 호의적이지 않았던 피의자는 자신의 살아온 얘기를 하나하나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황 수사관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조사를 마치고 나가기 전, 피의자는 갑자기 황 수사관에게 한마디를 건냈다. “겨울이 다가오는데 추운 교도소내에서 버틸 내복 한벌 살 돈이 없습니다. 내복 한 벌만 사주실 수 없습니까?” 

황 수사관은 이 말을 듣고 교도소 직원과 협의해 해당 피의자가 내복을 사입을 수 있도록 없는 월급을 쪼개 영치금을 넣어줬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2013년 12월23일의 일이다.

“사실 연말이라 나갈 돈도 많았는데…. 그래도 가족들과 연락도 끊겨서 속옷 한벌 못입는다는 말에 가슴이 찡했어요. 죄는 미워도 사람은 참 안됐잖아요.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심정으로 영치금을 넣었습니다.”

황 수사관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같은해 7월에는 죄를 짓고 온 청소년 피의자를 조사하다가 아이에게 “너는 꿈이 뭐니?”라고 물었다. 인테리어 관련 알바를 해서 건축 쪽의 일을 하고 싶다는 피의자에게 황 수사관은 읽으려고 사두었던 ‘서양미술사’ 책을 건네줬다. 꿈을 가져야 올바른 길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 아이도 처음에 조사받을때는 반항적이었어요. 하지만 살아온 얘기를 듣다보니,부모님 얼굴도 모르고 친척분 아래서 자랐다 그분이 치매에 걸리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가출해서 살다보니 범죄에 이르게 됐다는 거예요. 저도 애 엄마인데 이런 얘기를 듣고 나니 참 안쓰러워서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줄 방법을 찾다 보니 책을 선물하게 됐습니다.”

법무부는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을 맞아 황 수사관 처럼 법무행정을 담당하며 인권을 증진한 검사 3명, 수사관 3명, 교도관 4명, 보호관찰관 1명, 소년보호교사 1명, 출입국관리직원 2명 등 모두 14명을 ‘2014년 인권 공무원’으로 선정, 표창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권 공무원’표창이 인권 존중의 법무ㆍ검찰 문화 확산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국민이 원하는 인권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고 했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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