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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신발, 숲, 들소…천재적 기부는 빠르고 정확하다.
특정대상 위해 창의적 기부하는 자선가들
신발 한 켤레사면 한 켤레는 빈곤국 전달
자연환경 보호위해 숲 사들여 통째 보존
미혼모·노숙자 지원 직접 통큰 기부도


[특별취재팀=민상식 기자]우리는 종종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 세계 유명 억만장자들의 ‘통 큰 기부’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이런 거액 기부 활동은 마치 실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도움을 받았는 지, 언제 어떻게 무엇이 전달됐는지 기부 내역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창의적 기부’를 하는 억만장자들이 많다. 이들은 세부적인 목적 의식을 갖고 꾸준히 자선활동을 펼친다. 신발 한 켤레를 팔면 다른 한 켤레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사재를 털어 목장을 인수해 멸종위기 야생 동물을 키우는 식이다. 또 자신의 부(富)를 쏟아부어 광활한 숲을 사는 방식으로 자연환경을 보존한다. 이같은 창의적 기부 방식은 빠르고 정확하다. 도움을 받는 대상이 나아지는 모습과 그들이 행복해하는 표정이 바로바로 눈에 보인다.

'탐스슈즈'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오늘 당신이 신발을 한 켤레 사면 내일은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할 수 있다”=세탁 서비스 사업을 하던 미국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는 2006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다 많은 아이들이 신발을 신지 않고 비포장 거리를 맨발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게 됐다. 어린아이의 발은 상처투성이였으며, 질병까지 생겨 건강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마이코스키는 이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 직접 신발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 주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수익 창출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했다.

고민 끝에 그가 고안해 낸 것이 ‘원포원(One for Oneㆍ일대일)’ 기부 시스템이었다.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다른 신발 한 켤레를 빈곤국 어린이에게 기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이코스키는 아르헨티나의 전통신발인 알파르가타를 현대적으로 변형해 ‘탐스(TOMS) 슈즈’를 탄생시켰다. ‘내일을 위한 신발(TOMorrow’s Shoes)’이라는 뜻을 담았다. 2006년 설립된 탐스 슈즈는 일대일 기부 정책으로 창립 5년 만에 30개국에서 100만켤레를 판매하는 등 단숨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마이코스키의 보유 자산도 3억달러(한화 약 3300억원)로 늘었다.

마이코스키가 성공하자 그의 기부방식을 모방해 수익 창출과 새로운 기부 실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또 다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등장했다. 미국의 안경 제조사 와비 파커(Warby Parker) 역시 일대일 기부를 한다. 소비자가 안경 한 개를 살 때마다 장애인 등에게 시력 보정용 안경 한 개를 기부한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다니던 데이브 길보아(David Gilboa), 닐 블루멘탈(Neil Blumenthal)은 2010년 다른 친구 두명과 함께 맞춤 안경을 온라인으로 배송하는 회사 와비 파커를 설립했다. 와비 파커는 고객이 원하는 안경 견본을 최대 다섯 종류까지 배송하고 5일 동안 직접 써보며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이다.

모두 3번의 택배에 소요되는 비용은 회사가 전부 부담하고, 고객이 안경 1개를 맞추는 데 드는 비용은 총 95달러로 저렴해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와비 파커라는 이름은 1950년대 비트세대 대표 작가인 잭 케루악의 작품 속 와비 페퍼, 잭 파커라는 두 캐릭터에서 나왔다.

'와비 파커'의 데이브 길보아(왼쪽)·닐 블루멘탈

▶“숲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숲을 사들이는 것이다”=자연을 보호하려는 환경보호단체들이 많지만 이들의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기업이 해당 국가와 연계해 대규모 개발에 나서면 저지하기 힘들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헤드(HEAD)의 회장인 요한 엘리아쉬(Johan Eliasch)는 이런 한계에 맞서 새로운 방식으로 환경보호에 나서고 있다. 그는 숲 보존을 위해 남미 아마존 일대의 열대우림을 사모은다. 그는 600만종 이상의 생물이 서식하고, 지구 최대의 산소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개발하기보다는 그대로 두는 것이 환경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했다.

2005년 그는 사비로 수백만달러를 들여, 아마존 메데이라(Medeira) 강 유역의 열대우림 1600㎢를 현지 벌목회사로부터 사들였다. 기업이나 국가의 개발논리에 맞서 숲을 사들이는 게 가장 효과적으로 숲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엘리아쉬 회장은 2007년에는 환경보호 단체인 ‘쿨어스(Cool Earth)’를 설립, 12만명의 회원을 모집해 활동 범위를 넓혔다. 그는 쿨어스의 활동 방향을 두 가지로 잡았다. ‘숲을 사들이는 것’과 ‘열대우림에서 살아오던 사람들이 숲을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열대우림과 함께 생존하는 법을 아는 토착민들이 숲을 떠나지 않는 것이 숲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쿨어스는 토착민들을 위한 의료시설과 학교, 민물고기 양식시설 등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왔다. 

(왼쪽부터) 스팽스의 사라 블레이클리와 노스페이스의 더글라스 톰킨스

1962년 스웨덴 스톡홀롬 태생의 엘리아쉬 회장은 투자회사인 에퀴티 파트너스의 회장이자 세계적인 리조트그룹인 아만(Aman)그룹의 회장, 런던 필름의 회장직을 동시에 맡고 있다. 그의 자산은 6억달러 정도로 평가받는다.

등산용품 전문업체 ‘노스 페이스’의 공동 창업자인 더글라스 톰킨스(Douglas Tompkins)도 사재를 들여 숲을 사들여 지키고 있다. 톰킨스는 1990년 ‘딥 에콜로지’(Deep Ecology) 재단을 설립하고, 노스 페이스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1억5000만달러로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는 파타고니아 일대 숲을 사들였다.

톰킨스가 파타고니아에 보유한 땅은 제주도의 4.5배 크기에 달하는 면적 8100㎢ 규모로, 풍성한 숲과 수자원, 비옥한 토질 때문에 많은 개발업체들이 탐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땅을 보호구역으로 전환해 나무를 베어내지도, 경작을 하지도 않는 등 일체의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이곳을 훼손되지 않은 환경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톰킨스는 최근 자신이 소유한 파타고니아 일대 지역을 환경 보호구역으로 보존한다는 조건이 받아들여지면, 이곳을 칠레 국민에게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위쪽부터) CNN의 테드 터너와 무어캐피탈매니지먼트의 루이스 베이컨 

▶“기부로 사회문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직접적인 자선활동을 통해 빈곤과 여성 차별 등 사회문제 해결에 나선 억만장자도 있다. 이베이 창업주 피에르 오미디야르(Pierre Omidyar)는 인신매매와 노예제 등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예제 추방을 위해 최근 4년간 네팔을 시작으로 5개 국가와 85개 단체에 1억1500만달러를 기부했다. 또 ‘오미디야르 네트워크’(Omidyar Network) 재단을 만들어 국제개발 및 여러 자선 프로젝트를 실천해 오고 있다.

오미디야르 회장은 최근 독립언론을 조직해 사회문제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독립언론 방식인 ‘퍼스트룩 미디어’(First Look Media) 실천에 나섰다. 이를 위해 미국 국가안보국(NSA) 사찰을 특종 보도한 가디언의 기자 글렌 그린왈드를 영입해 탐사보도 전문 사이트인 ‘더 인터셉트’(The Intercept)를 올해 초부터 운영하고 있다. 오미디야르 회장의 자산은 80억달러에 이른다.

보정 속옷브랜드 스팽스(Spanx)의 CEO인 사라 블레이클리(Sara Blakely)는 여성을 돕는 자선활동에 힘쓰고 있다. 대학 재학 시절 여학생 모임에서 활동하는 등 일찍이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06년 ‘사라 블레이클리 재단’ 설립 이후 미혼모 가정과 실업 여성, 아프리카 여성을 위한 왕성한 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노숙자에게 직업을 알선하고 숙소를 제공하는 자선 활동에 1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2000년 당시 29세였던 블레이클리는 놀이공원 매표원과 복사기 외판원으로 일하면서 모은 5000달러를 몽땅 투자해 기능성 속옷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몸매 보정용 속옷을 개발하게 된 것은 번뜩이는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흰 팬츠를 멋지게 입기 위해 우연히 스타킹을 잘라 속옷으로 입었던 게 계기가 됐다. 스팽스는 현재 미국 등지의 보정 속옷 분야에서 판매 1위를 기록 중이며,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할리우드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 등이 선호하는 제품으로 유명하다. 

(위쪽부터) 헤드의 요한 엘리아쉬와 이베이의 오미디야르

▶“멸종위기 들소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 목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멸종 위기의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수십년째 목장을 사들이고 있는 억만장자도 있다. CNN 등을 설립한 미국의 언론재벌 테드 터너(Ted Turner)는 멸종 위기에 처한 들소 보호를 위해 드넓은 초원을 사들여 목장을 만들고 있다.

그는 현재 미국 여섯 개 주(州)에 걸쳐 있는 면적 8100㎢ 초원에 목장 18개 등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1970~1980년대에 자기가 사들인 토지와 목장을 이용해 멸종해가던 미국 들소를 5만5000마리까지 증식시켰다. 현재 전 세계에 분포해 있는 들소 약 50만마리 중 11%가 터너의 초원에 살고 있는 셈이다. 터너의 자산은 22억달러에 이른다.

무어캐피탈매니지먼트 창립자인 루이스 베이컨(Louis Bacon)은 1993년 뉴욕주 로빈스 섬을 1100만달러에 경매로 사들였다. 이후 그는 면적 1.76㎢ 규모인 이 섬의 생태계 회복에 주력했다. 로빈스 섬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이나 희귀종 관찰을 위해 자연보호단체인‘ 네이처 컨저번시(Nature Conservancy)’에 11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후 베이컨 회장은 섬 생태계 회복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미국 조류학자 존 제임스 오듀본의 이름을 딴‘ 오듀본 협회’의 메달을 수상했다. 베이컨 회장의 자산은 16억달러다.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마이클 베이(Michael Bay)도 동물들을 위한 쉼터 마련을 위해 상당한 액수를 기부하는 등 동물 보호에 헌신적이다. 그의 자산은 4억3000만달러에 이른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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