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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인사이드]삼성을 품은 한화, 김승연 회장 다시 날까
[특별취재팀=권남근 기자]독수리가 연이어 사자를 품고 있습니다. 갑자기 왠 동물 이야기냐구고. 아닙니다. 바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이야기입니다. 김 회장은 요즘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사업과 야구 두 가지가 딱 삼성과 겹쳐 있습니다. 마침 김 회장의 복귀와도 맞물립니다. 김 회장은 최근 중동 출장 등 광폭의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달 말 한화는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삼성그룹의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부문을 인수키로 전격 결정했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빅딜입니다. 한화가 인수할 4개 사의 자산가치는 약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삼성은 비주력 사업을 넘기고, 한화는 주력사업을 강화하는 ‘윈-윈 게임’이라는 해석이 강합니다. 한화의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규모가 18조원으로 늘어나 국내 석유화학 업계 1위에 올라서게 됩니다. 방위산업도 4위(매출 1조원)에서 바로 매출 2조6000억원으로 국내 최정상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삼성토탈을 인수해 외환위기로 철수했던 정유사업도 다시 시작하게 되는 선물(?)도 얻었습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그룹의 자산규모가 37조원에서 50조원으로 늘어나고 재계 서열도 9위로 한단계 올라섭니다. 


이번 작업은 김승연 회장이 막후에서 진두지휘했다고 합니다.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승연 회장 사이의 평소 친분관계가 큰 배경이 됐다고 합니다. 최근 만난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김승연 회장의 멘토역할을 하는 등 아주 친한 사이로 알고 있다”며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에 경영조언을 해줄 정도로 사이가 좋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양 그룹의 2세와 3세 오너들간의 우호적 관계가 있지 않았다면 단순히 경쟁력 강화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도 빅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김 회장의 최근 행보는 한층 넓어졌습니다. 지난 7일엔 한화건설이 시공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으로 해외출장을 가기도 했습니다. 이날 자리에서 김 회장은 “최근 그룹이 획기적인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며 커다란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방산과 석유화학 등 주력사업 분야에서 삼성의 새 가족과 함께 세계 일류 기업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화는 이런 분위기에 맞춰 최근엔 태양광 사업체인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전격 합병하는 등 계열사 개편작업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젠 야구 이야기를 해볼까요. 최근 한화 이글스는 수십억원을 들여 삼성라이온스의 투수 배영수와 권혁을 데리고 왔습니다. 한화이글스는 2008년부터 매년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들 영입은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이 그룹에 요청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합니다. 주위의 만류에도 팬들이 원하는 마음(?)을 읽고 김 감독을 한화로 데려온다는 결단을 내린 이가 김 회장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김승연 회장은 삼성의 계열사들과 야구선수들을 동시에 데려와 한화의 사업 경쟁력과 야구 경기력을 높일 발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최근 김승연 회장은 본사 사옥으로 출근하며 사실상 2년 4개월만에 현업으로 복귀했습니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재판, 신병 치료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가 올해 2월 유죄판결이 확정된 직후 한화케미칼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지난달까지 서울 인근 복지관에서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모두 채우며 복귀를 준비해왔습니다. 아직 사면이 되지 않아 당장 대표이사로의 복귀는 어렵지만 그룹 총수로서의 직무는 다시 시작한 것입니다. 사자를 품은 독수리가 날개를 쫙 펴고 창공을 훨훨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다시 날개를 펴기 시작한 김승연 회장의 비행(飛行)이 주목됩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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