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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 아리게 찌른 ‘미생’…격한 공감 불렀다
올해 대약진한 예능·드라마 콘텐츠‘빅5’
직장인들 공감대 이끈 tvN ‘미생’
‘토론진화한 新토크쇼 ‘비정상회담’
‘사람냄새 나는 나영석PD표 예능
‘中 한류 부활시킨 드라마 ‘별그대’
‘정도전’‘밀회’‘괜찮아 사랑…’ 눈길


올해는 지상파가 유난히 고전했다. 지상파의 주중 드라마와 예능의 시청률은 거의 한자리수 시청률에 머물렀다. 지상파 콘텐츠 제작진들은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반면 케이블 예능과 드라마의 약진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올해 방송된 드라마와 예능중 가장 큰 의미와 이슈성을 가진 콘텐츠 ‘빅5’를 선정했다. 물론 선정방법과 순서를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기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첫번째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다. 엄청난 대중적 반응을 이끌어낸 이 드라마는 우리사회를 보는 좋은 하나의 틀을 제공하면서 기존의 콘텐츠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이너(계약직)와 메이저(정규직)의 대비를 통해 마이너의 손을 들어주는 단순한 내용이 아니다.

‘TV손자병법’을 비롯한 직장을 다룬 기존 방송 콘텐츠들은 자족적인 분위기를 제공하고, 그 속에서 자기계발서처럼 직장인으로서 살아남는 방법을 제시해준다거나, 아니면 회사의 문제점을 파헤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tvN‘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주인공이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직장인들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안방극장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미생’은 직장에서의 약자, 소수자, 마이너라고 할 수 있는 여성, 직장맘이나 스펙이 없는 계약직 신입사원이 시스템을 엎어서 혁명하자는 게 아니다. 그렇게 되면 판타지가 돼 현실감이 없는, 그 속에서 통쾌함만 느끼고 끝난다. 그렇다고 시스템 모두를 인정하자는 것도 아니다.

장그래(임시완)가 카자흐스탄 사업 아이디어를 자신이 내고도 정규직 사원에게 뺏기는 상황, 심적 고통을 거쳐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돌을 잃어도 게임을 계속해야 하므로 취해있으면 안된다. 이는 기득권력을 엎어버리자는 혁명주의자의 이야기도 아니고,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보수 기득권의 논리도 아니다.

불합리하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갑을관계’가 나오고, 거래처, 다양한 부서와의 관계 등 자연스러운 시스템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 해결책은 바둑의 형세처럼 고정불변하는 게 아니고, 무엇을 죽이고 무엇을 살려야 하는지, 상황에 따른 판단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보여주며 다양한 원리들이 작용함을 그려낸다. 장백기(강하늘)처럼 ‘머리’와 ‘스펙’으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장그래처럼 ‘가슴’과 ‘인간미’로만 풀어가는 게 아니라, 때로는 두 가지 요소와 성향을 합쳐야 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미생’은 약자인 장그래의 아픔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런 친구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는 점이 심정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비정상회담

두번째 콘텐츠는 JTBC ‘비정상회담’이다. 기미가요 논란에 이어 에네스 카야의 총각행세설, 불륜설로 인한 하차를 겪었지만, 올해 가장 가장 눈에 띄는 예능 콘텐츠임은 분명하다.

‘비정상회담’은 뻔한 에피소드가 아닌 견해와 관점과 의견을 물어 토론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토크쇼로 진화했다. 동시에 외국인들을 방송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바꾸어주며 외국인 예능물의 유행을 촉발시켰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각국 비정상들, 가령, “자기소개서나 회사지원서에 사진을 붙이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타일러 라쉬의 발언은 주목할만했다. ‘청년들의 솔직발랄한 생각이 난무하는’생생한 토크쇼는 신선함과 차별성을 어필했다.

이제 토크쇼도 자기만의 생각과 자기만의 논리, 자기만의 관점이 있는 사람을 원한다. 토크쇼에서 에피소드나 신변잡기만을 주야장천 늘어놓는 방송인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세번째는 나영석PD의 예능이다. 나영석PD는 ‘꽃보다 청춘’과 ‘삼시세끼’를 줄줄이 히트시켰다. 나 PD는 예능감이 없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만들어낸다. 그것은 유머감각이 아니라, 사람들간의 정이나 즉흥성, 사람 냄새와 같은 리얼리티라는 진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시세끼’에서는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헐렁하게 비워내 여백을 만들어줌으로써 사람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삶에 지친 도시인들이 훌쩍 떠나는 여행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빗소리를 듣고, 밤하늘 별자리를 응시하고, 염소와 강아지를 쳐다보면서 여유를 부려보는 대리만족을 제공한다.

네번째는 올초 중국 한류를 촉발시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다. 일본 한류시장이 위축되면서 그 대체재로 중국을 부상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한 콘텐츠다. 지금도 중국 관광객들은 도민준(김수현)과 천송이(전지현)의 흔적을 보기 위해 서울 남산이나 경기도 가평의 복합문화공간 쁘띠프랑스를 찾고 있다.

다섯번째 콘텐츠는 ‘정도전’ ‘밀회’ ‘괜찮아 사랑이야’ 등 세 드라마를 함께 꼽고싶다. ‘정도전’은 퓨전사극의 틈바구니속에 죽어가던 정통사극을 다시 살려냈다.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따라가는 기존 정통사극 스타일과는 달리, 캐릭터의 선악구도를 너머 논리와 이념의 대결장을 그려내 고품격 리얼 정치사극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불륜성 멜로 드라마인 줄 알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쳐준 ‘밀회’,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선입견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 ‘괜찮아 사랑이야’도 의미있는 드라마였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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