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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맛집이 집밥 식탁에…
지방 맛집, HMR로 속속 변신
동태탕·즉석전·즉석디저트까지
한국인 主食자리 꿰찰 태세

송림 동태탕·순희네 빈대떡 등
“실제 맛과 차이 없다” 좋은 반응


‘일요일엔 오뚜기 카레~’ ‘삼촌이 먹으면 안되겠니~’ 국내 HMR(가정간편식)의 할아버지뻘쯤 되는 ‘오뚜기 3분요리’의 로고송이다. 아직도 귀에 익숙한 멜로디의 이 로고송엔 HMR에 대한 당시 사회적 인식이 오롯히 담겨 있다. 가족이 모두 모이는 일요일, 혹은 백수 삼촌이 취직을 했을 때나 먹는 특별식(?) 대접을 받았던 게 HMR의 전부였다. 불과 2~3년전만 해도 ‘HMR=집에서 가족끼리 즐기는 특별한 외식’이 보통 모습이었던 셈이다.

그런 특별한 외식(?) HMR이 한국인의 식문화 마저 바꿔 놓고 있다. 나홀로, 혹은 2~3명의 가족이 즉석밥에 즉석 동태탕, 즉석 전, 즉석 디저트를 한끼 식사로 떼우는 게 더이상 낯설지가 않다.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지방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의 레시피가 인스턴트화되는가 하면, ‘3분 카레’와 같은 단순 냉장ㆍ냉동제품에 한정됐던 HMR이 국, 탕, 전 등 반찬류로 확장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엔 ‘인스턴트’를 거부하는 ‘3세대 웰빙 HMR’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애기도 나오고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최근 HMR은 맛과 가격이라는 단순한 구매 동인에서 한 발 더나아가 웰빙으로까지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며 “초기 인스턴트식품에서 출발했던 HMR이 이제는 더 이상 인스턴트 식품이 아닌 주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외식(?) HMR이 불과 2~3년만에 한국인의 주식(主食)으로 올라섰다는 애기다.

이마트 관계자도 “카레와 만두 같은 초보적인 단계에 그쳤던 HMR이 국, 탕, 전, 디저트 등 주식의 모든 것으로 확장된데 이어 올해 들어선 프리미엄 브랜딩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HMR은 간편성에다 사회적 분위기까지 더해져 이제 집 밥의 한 문화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득수준 향상, 라이프스타일의 서구화, 1인가구 및 맞벌이 가구의 증가, 가구당 평균 구성원 감소, 노령화 사회라는 한국 사회의 단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HMR에 대한 소비는 당분간 한국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확고한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 7170억원에 그쳤던 HMR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300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엔 1조7000억원으로까지 급성장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 시장과 비교하면 국내 HMR 시장이 이제 갓 걸음마를 뗀 단계여서 향후 HMR은 소비의 커다란 주축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아워홈에 따르면 영국의 1인당 연간 HMR 소비액은 52.9달러, 스웨덴과 미국, 일본의 경우에도 각각 52.8달러, 48.7달러, 25.5달러인데 반해, 한국의 경우 15.8달러로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3 가공식품 세분 시장 현황’ 보고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와 생활 양식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 1인당 레토르트 식품 소비량이 0.9개(2010년 기준)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0.11개(2012년 기준)에 그친다.

‘HMR=집 밥’이 되면서 HMR도 무한 변신을 계속하고 있다. 대형마트 HMR 부문 바이어의 가장 큰 미션은 단순히 맛을 끌어올리는 것을 넘어서 지방 맛집을 유치하는 것으로까지 변했다. 이를 위해 전국 방방 곳곳 지역에서 꾀나 이름을 알렸다는 맛집이란 맛집은 모두 찾아 나서고, 삼고초려를 넘어 ‘오고초려’로 끈질기게 설득 작업을 벌이는 것도 다반사라고 한다.

일례로 이마트는 지난달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동태탕으로 꼽히는 대구 성서골목 맛집 메뉴를 그대로 재현한 ‘송림동태탕’을 MHR로 내놓기도 했다. ‘유명맛집 스페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서울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을 냉동식품으로 출시한 데 이어 두번째다.

조기준 이마트 바이어는 “실제 송림동태탕과 똑 같은 맛을 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며 “피코크 간편식 버전과 식당 버전을 놓고 주부 시식단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을 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 맛집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HMR의 3세대 진화가 아직은 절름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을 정면에서 거부한다고는 하지만 한국인의 보통 입맛에 맞추기 위해 일부 측면에선 ‘건강’ 보다는 ‘익숙한 입맛’을 더 챙길 수 뿐이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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