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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질적 甲질病 사회가 낳은‘땅콩 부사장’
조현아 부사장 ‘램프리턴’ 지시…대한항공 페이스북 비판글 봇물
직원에 회사입장 대응지시 빈축…사회고위층 ‘갑질’ 다시 도마위



“승무원 인권에 대해서나 생각하라”, “앞으로 비행기 후진할까봐 대한항공은 이용하지 않겠다.”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이 자신이 탄 항공기에서 전대미문의 ‘램프리턴’을 지시한 사건이 터진 후, 대한항공 홍보용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댓글이다. 특히 이 사건 이후 대한항공은 직원들에게 해당 사무장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내용의 대응 지시를 내리면서 더욱 큰 빈축을 사고 있다. 대기업과 사회 고위층의 ‘갑(甲)의식’ 개선이 요구되는 동시에 자성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정치인과 권력자, 대기업 임원의 갑질로 인한 사건ㆍ사고는 비단 조 부사장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지난 9월 강원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라운딩을 하던 중 20대 캐디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성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으며,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지난해 9월 탑승시간을 지키지 못해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되자 항공사 용역직원의 뺨을 신문지로 때려 ‘신문지 회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포스코 에너지 임원이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라면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며 기내에서 승무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가히 이쯤이면 ‘갑질병(甲질病)에 걸린 대한민국’이라고 평가할 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램프리턴을 지시한 조 부사장의 경우엔 오너가(家)의 오만 냄새가 결합되다보니 여론에 두드려 맞고 있지만, “누가 (자신있게)조현아에게 돌을 던지랴”는 자조섞인 물음과 함께 갑병에 걸려있는 한국사회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회 고위층들이 부하직원이나 일반인을 하대하고 함부로 대우하는 상황의 원인을 ‘고위층의 자기중심성’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땅콩 부사장’ 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대한항공에서 승무원들에게 보낸 메일. 홍보실 입장으로 대응하라는 지시가 행간에 담겨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위층의 경우 타인과 자신에게 적용하는 행위의 잣대가 서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사회고위층의 경우 주변 사람들의 아부가 많고, 비난을 덜 받기 때문에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해 더 관대한 편”이라며 “고위층의 폭행,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것도 ‘내 지위에서 이 정도가 그리 큰 일인가’라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적 기준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처럼 고위층이 갑질을 일삼을 때, 성공의 사다리를 타고 고위층이 된 일반인들까지도 이같은 갑질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갑-을’관계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 주인에게 남은 물량을 사들일 것을 요구하며 폭언을 하거나, 대학 교수가 학생을 성추행하는 등 사회 전반에 만연한 갑을관계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이에 대해 “스스로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들은 그 자리까지 올라온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갑질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때문에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고위층의 인식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직장인 박지영(30ㆍ여) 씨는 “기업 총수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을 때리거나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는 등의 행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충격적”이라며 “자신들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특권의식’부터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재 ‘다음 아고라’에서는 조현아 부사장의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는 등 누리꾼들의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전직 승무원이라는 한 누리꾼은 “승무원들도 본인과 똑같은 누군가의 아들, 딸인데 기내 퍼스트클래스에 앉으시는 분들은 우리를 몸종처럼 취급한다”며 “회사가 사고 이후 직원들 입단속 시키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니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실제로 사고 이후 직원들에게 “문의가 있을 경우 해당 사무장이 책임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하기 결정했다고 응대하라”고 지시하는 전체 메일을 보내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누리꾼은 대한항공 페이스북 페이지에 “뉴욕공항에서 13시간을 기다려 다시 인천에 돌아온 사무장의 마음이 춥겠다”며 “대한항공은 물류운송량 1위도 빼앗겼고, 서비스 1위에 올라서는 데도 실패했다”고 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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