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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죄의 범의, 피해자 사망을 희망하거나 목적으로 할 필요 없이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해…

최근 28사단 포병대대 의무반에서 일어난 윤일병 사망사건의 주범 이모 병장에게 징역 45년의 중형이 선고돼 세간에 논란이 되고 있다.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윤일병 사망사건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병장에게 징역 45년, 하모 병장에게 징역 30년, 지모 상병 등 2명에게 징역 25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확정할 정도로 의심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주위적 혐의인 살인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 예비적 혐의인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러한 판결은 군이 여러 가지 위험 요소들을 피해간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만약 살인죄를 인정하게 되면 28사단 검찰관과 수사에 참여했던 헌병대 수사관들 모두 부실수사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란?

반면 울산 계모 사건은 살인죄가 인정이 되었다. 지난해 의붓딸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씨는 2011년 5월부터 의붓딸이 학원에서 늦게 귀가하고 거짓말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수차례 폭행하거나 뜨거운 물을 붓는 방법 등으로 상습적인 학대를 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검사 출신인 김주화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살인죄 적용이 어렵긴 마찬가지이나 법원은 아동의 항거불능 그리고 보호자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는 점을 토대로 살인의 고의성을 넓게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란 자기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정하여 받아들이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즉 “내가 이 행동을 하면 누가 죽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없지”라는 인식인 것이다.

김주화 변호사는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폭행을 지속하는 것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말한다”면서, “살인죄의 범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예견하는 것으로 족하지, 피해자의 사망을 희망하거나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고,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A가 B의 얼굴에 모포를 씌워 감금하는 등의 행위로 B가 이미 탈진 상태에 이르러 물을 마시지 못하고 그냥 흘려버렸고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A가 B의 얼굴에 모포를 덮어씌워 놓고 그대로 방치하였다면 A에게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필적 고의란 결과의 발생이 불확실한 경우 즉 행위자에 있어서 그 결과 발생에 대한 확실한 예견은 없으나 그 가능성은 인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음을 요한다.

김주화 변호사는 “이에 반해 ‘인식 있는 과실’이 있는데, 이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그럴 리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미필적 고의인지 인식 있는 과실인지에 따라 살인죄와 과실치사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형사 절차에서는 작은 단서들이 모여 큰 흐름을 바꾸기도 해

우리나라 형법에서는 원칙적으로 고의 행위만을 처벌 대상으로 한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단,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형사 절차에서는 고의범이냐 과실범이냐의 구별은 쉽지 않다. 중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에 행위자가 그것을 예견 혹은 용인했느냐는 행위자의 내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형사 절차에서 행위자의 내심의 의사를 입증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범행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동기, 당시의 주변 상황과 평소 피해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인 부분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크다”라면서, “그에 따라 죄명이 바뀔 수 있고, 죄명이 바뀐다면 양형도 달라지기 때문에 당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커진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작은 단서들이 모여 큰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김주화 변호사는 “살인죄에 관한 형사소송의 경우 피고인 측 변호인은 사실관계의 정리와 미필적 고의 부분에 대한 확실한 증거확인과 논리적 반박의 능력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형사소송의 실무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변호인을 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김주화 변호사는 제44회 사법시험 합격과 제34기 사법연수원 수료 후 창원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하여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과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에서 다년간 검사로서 근무하였다. 이러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도움말: 법무법인 창 김주화 변호사]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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