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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가와 공생‘은밀한 정보’…SNS 타고 급속팽창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 오찬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하면서 찌라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뿌리다’라는 뜻의 일본말에서 나온 ‘지라시(ちらし)’의 유포가 일상화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주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부터다. 당시 주식활황과 함께 개인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투자 정보를 교환하는 ‘정보모임’이 일상화됐고, 이 자리에서 정계, 관계, 연예계, 체육계 등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내용의 루머가 ‘정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기 시작했다.

그 전만 하더라도 정보지 내용은 동종 업계의 영업맨들이 모여 서로 주고받은 정보를 담는 수준이었다. 70년대에는 종합상사 직원들이 비공식 모임을 갖고 정보를 교환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80년대에는 언론 통제가 심한 탓에 특정 계층 중심으로 은밀하게 유포됐다. 88올림픽 개최 이후 90년대에는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 정보팀’이 등장할 정도로 관련 활동이 활발해졌다.

2000년대 들어선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호 없는 신문’으로 불리며 사설 정보지가 만들어지고 유포되기 시작했다. 여의도가 지라시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정치권, 방송가, 증권가 등 지라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로 활동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지라시 내용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면서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05년에는 ‘연예인X파일’ 사건으로 확인되지 않은 연예인들의 개인 사생활이 유포되면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으며, 최진실 등 유명 연예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때마다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 활동에 나섰으나, 그 때 뿐이었다. 2003년, 2005년, 2008년에도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으나, 지라시의 명맥은 이어졌다.

이는 그 만큼 신문이나 방송 등에 드러나지 않는 정보의 존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커졌고 실제 지라시에서 유포된 내용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유통할 수 있는 SNS 등의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지라시에 등장하는 내용이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영향력을 미치는 모습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박 대통령의 전날 청와대 회동 관련해 “누가 봐도 찌라시(증권가 정보지)가 아닌 공공기록물인데 무슨 ‘찌라시 타령이냐”고 비난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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