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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혁신 ‘미생’ 스타일 곤란”…상명하복 비판 눈길
[헤럴드경제] 인기 드라마 ‘미생(未生)’에 나오는 기업문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직장에서 이를 깨물고 참아내야 하는 드라마 속 내용에 대한 지적이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 ‘미생’을 인용한 기고문을 국가정책포털인 정책브리핑(www.korea.kr)에 기고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먼저 언급한 건 ‘스컹크 공장’(Skunk Works) 일화이다. 2차대전 당시인 1943년 미국 국방부가 록히드마틴에 6개월 내로 신형제트기 설계를 마쳐달라고 의뢰하자 록히드는 수석엔지니어를 통해 핵심개발팀 운영을 지시한다.

변변한 작업공간마저 없던 개발팀은 유독물질공장 옆에 서커스 텐트를 치고 악취에 시달리며 연구에 매달렸는데 여기서 스컹크 공장이란 말이 유래했다.

개발팀 인력 50여명은 열악한 환경에서 오히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주문보다 한 달이나 빨리 신형제트기 P-80을 완성하고 록히드는 이후 70년 넘게 세계 전투기 시장을 지배했다.

훗날 기업들은 관료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성·창의성을 실현하는 비밀프로젝트팀을 스컹크 공장이라 불렀다고 이 부회장은 소개했다.

록히드의 경쟁업체인 맥도널 더글러스의 ‘팬텀 웍스’, 1980년대 IBM의 신사업개발팀 ‘EBO’(emerging business organization), 2000년대 구글의 ‘X팀’ 등이 바로 스컹크 공장이다.

구글 X팀은 하늘을 나는 제트배낭, 우주 엘리베이터, 무선인터넷 풍선 등 ‘문샷싱킹(moonshot thinking)’을 현실로 옮기는 실험적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문샷싱킹이란 인류가 최초로 달을 향해 우주선을 쏜 것과 같은 혁신적 도전을 일컫는 말이다.

이 부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혁신 패러다임 경쟁에 뒤처졌다고 꼬집었다. 제조업체 중 혁신기업 비중이 일본의 76%, 독일의 46%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분기 연속 0% 행진에다 제조업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내려갔고, 간판급 대기업들은 줄줄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래를 바라보는 촉(觸)을 길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고의 핵심역량을 보유하고도 미래의 물결을 읽지 못한 노키아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노키아는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터치스크린을 경쟁업체보다 앞서 개발했지만 소비에트 스타일이란 관료주의 벽에 부딪혀 주도권을 삼성·애플에 빼앗겼다.

이동근 부회장은 “한국직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미생’처럼 ‘일단 전진하면 실패해선 안 돼’,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에도 혀 깨물고 참아야 하는 군대식 문화로는 혁신을 일구기 어렵다는 얘기”라고 정리했다.

그는 그나마 희망의 빛이 스며 나오는 곳은 산업 밑바닥이라며, 되살아난 혁신벤처 창업 붐을 강조했다. 10월 말 현재 국내 벤처기업 수가 3만여개로 벤처열풍이 한창이던 1999년(5천여개)의 6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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