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의정성과 알리기 바쁜 연말…‘4년 계약직’ 국회의원들의 ‘미생’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 종합상사를 배경으로 직장인들의 애환과 직장내의 생활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미생’.

드라마의 주인공인 장그래는 고졸 검정고시 출신에 지인의 뒷배로 입사한 ‘낙하산’이다

‘2년짜리 계약직’ 인 그는 회사에서 실적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직’이라는 별을 따려 애쓰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난 방송에서 요르단 사업PT를 성공시키며 환호하던 장그래가 상사인 오상식에게 “이렇게 열심히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겠냐”며 묻지만 돌아온 대답은 냉정하게도 “어려울거다”는 현실적인 한마디였다.



국회에는 수많은 ‘장그래’가 존재한다. 국회의원은 엄밀히 말해 임기 4년의 ‘계약직’인 것이다.

표를 통해 그들을 고용한 국민들이 재계약을 허락치 않는다면 자신의 이름이 걸린 의원회관의 의원실에서 짐을 빼야 하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에는 ‘정규직’도 ‘정년’도 없다.

4년에 한번씩 유권자들의 평가를 거쳐 ‘재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걸어야는 처지인 것이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핵심권력에서 ‘야인’으로 돌아서야 하는 것은 단지 직장을 잃은 상실감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는 것이 의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1년 내내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연말이면 모든 의원들이 바빠진다.

새해 예산안이 통과되고, 올 한해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면서 자신의 일궈낸 1년 ‘실적’을 고용주인 유권자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예산안 심사와 증ㆍ감액이 한창이던 이달 초부터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지역예산 00원 확보 성과’ ‘△△지역도로 확충 계획 확정’ ‘□□사업 추진 예산 책정’ 등 지역구를 위해 발벗고 뛰며 예산을 끌어왔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시민단체 등이 선정하는 국감 우수의원에 선정됐음을 알리는 보도자료도 줄을 이었다.

하나같이 “제가 1년간 이만큼 열심히 일했습니다”라는 호소가 담겨있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앞으로도 이렇게 열심히 일할테니 다음 선거 때도 지지해주십시오”라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의정성과 홍보를 삐딱한 눈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지역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국회의원이 지역을 위해 예산을 따오고, 그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를 통해 지역발전이 이뤄질 것을 알리는 일도 비난받을 일만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1인 헌법기관’으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이들도 눈앞의 재계약을 걱정해야 하는 ‘계약직 아닌 계약직’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권력의 핵이라 불리는 국회에도 ‘완생’은 없었다.

P.S 생각해보니 대통령은 그나마 재계약을 기대라도 할수 있는 국회의원보다 더 열악한 계약조건으로 이뤄진 ‘재계약없는 5년 계약직’ 아닐까?

igiza7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