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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서울시향 ‘방만 경영’ 9년간 방치…책임론 부각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의 막말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박 대표가 “시향이 정명훈 예술감독의 사조직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산하기관을 제대로 관리ㆍ감독하지 못한 서울시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박 대표의 막말 논란을 두달 전에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향은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대표로 취임한 이후) 이렇게 나태하고 방만한 조직 문화에 대단히 놀랐다”면서 “시향은 정 감독의 지시라면 규정도 무시하고 예산 전용을 예사로 생각하는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시향 예산, 정 감독 개인 돈 아니다”=박 대표에 따르면 직원들이 공연 홍보 인쇄물을 제작하면서 몇장을 제작하고 어떤 업체에 맡기는지도 모른 채 예산을 낭비해왔다. 박 대표는 “요즘 전단지를 통해 공연을 보는 사람이 많이 없다고 직원들을 설득했다”면서 “이런 것조차 설득하는데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향은 또 정 감독이 집을 수리할 때 부인이 머무를 수 있는 호텔을 잡아주고 비용까지 지불했다고 박 대표는 주장했다. 박 대표는 “정 감독의 비서가 찾아와 정 감독이 집을 수리하니 부인이 머무를 호텔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에서 개인적인 사유로 호텔 비용을 지원해줄 수 있느냐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07년에도 정 감독이 집 수리 명목으로 호텔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해 당시 시향에서는 (호텔 비용을) 지원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후원금과 세금, 협찬사 돈은 시향을 위해 써야지 개인을 위해 쓰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9년간 방만경영 방치=서울시향의 이 같은 방만 경영에는 상급기관인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 서울시는 1년에 170억원(2013년 기준) 상당을 서울시향 예산으로 편성한다. 여기에는 시민 세금이 110억원이고 나머지는 기부금과 후원금으로 마련된다.

서울시는 시민 세금이 들어간 만큼 관리ㆍ감독에 책임이 있지만 지난 9년간 사실상 서울시향을 방치했다. 박 대표도 지난 2013년 2월 취임한 이후 서울시로부터 ‘정년 규정을 개정하라’는 지적만 받았을 뿐 방만 경영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정 감독과 계약을 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서울시향의 방만 경영에 눈을 감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혜경 서울시의원은 최근 서울시 행정감사에서 “시향은 정 감독에게 2005년부터 10년간 141억400만원을 지급했지만 국내에 연평균 3~4개월 체류했다”면서 “서울시의 부채 해소와 예산 감축에도 불구하고 정 감독의 연봉은 매년 5%씩 올랐다”고 지적했다.

▶‘막말 사태’ 안일한 대응=서울시는 또 미흡한 대처로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14일 박 대표에 대한 탄원서가 접수돼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박 대표로부터 “시의회 일정상 11월 중순 이후에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받아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냈다. 당시 박 대표는 시향 경영상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설명하고 개혁의 필요성도 주장했지만 서울시는 사실상 묵살했다.

결국 박 대표와 탄원서를 제출한 직원들간 갈등이 커지면서 지난 2일 박 대표의 막말을 폭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이번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인식하고 대응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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