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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산심사로 정부 견제한다고…국회 위 기재부는 ‘불변’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국회에서 370조원이 넘는 예산을 심사하면서 우리가 실제 만진(심사한) 건 겨우 6조원 정도로 전체의 2%도 안 돼요.”

새해 예산안 처리 후 전화통화에서 털어 놓은 한 의원의 푸념이다. 이 의원은 12년 만에 국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켰다는 사실에 되레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밝혔다.

이는 비단 이 의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기자가 접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 중 헌법을 지켜 보람을 느꼈다는 쪽보다 기획재정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며 한숨을 쉬는 경우가 더 많았다. 

2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5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이길동기자.gdlee@heraldcorp.com]

이들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큰 부담감을 느꼈다.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다음날 자동으로 정부 원안대로 부의되는 법조항 때문에 굉장히 위축됐다는 것이다. 예산조정소위원회, 소소위원회까지 맡으며 누구보다 예산안을 깊숙이 다뤘던 한 의원은 “우리나라는 정부(기재부)가 결정하면 곧 그것이 곧 조세제도가 되는 것 같다”며 “국회의 권한은 입법권, 예산심의권이 각각 절반씩 차지하는데 이번에 예산심의권이 무너지면서 국회의 본질적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담뱃세에 개별소비세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세 제도를 마련해 원안대로 담뱃값을 2000원 인상시키는 것을 관철시켰다. 당초 1500원 전후 정도로 국회 수정안이 나올 것이란 예상을 비켜간 결과였다.

헌법에 명시된 사항을 두고도 국회는 기재부 아래에 있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왔다. 헌법 57조에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기재부가 동의해줘야 증액이 가능하나는 얘기다.

또 다른 의원은 “감액권은 전적으로 국회에 있다고 하지만 정작 증액을 하려면 기재부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감액하더라도 기재부 눈치를 안 볼 수 없다”며 “국회의 예산심의권 강화를 위해서는 증액권도 온전히 국회가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자신들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되레 정부만 좋은 일 시켰다는 내부 비판도 있었다. 여기에는 여야가 없었다. 예결위의 한 여당 의원은 “‘12월 2일 처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상임위에서 예산 심사한 것을 예결위에 보내는 시한, 예결위가 본회의 상정 전 전체회의 개회하는 시한 등도 각 단계 3~5일 전에 할 수 있도록 선진화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감액, 증액에 대해 행정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으면 상임위로 돌려보내 조정할 수 있는 시간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이번에 제대로 못했다”고 지적했다. 예산 심사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 속에서도 정부를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야당 소속 예결위 의원은 “자동부의 개시 전 5일 정도를 조정기간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갔다가는 내년 예산심사에서도 정부는 팔장 끼고 시간가기만 기다리면서 정부 원안대로 부의될 것을 기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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