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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무엇인가…‘조선’미술에서 답을 찾다
1970년대 유럽의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죽음과 섹슈얼리티, 가족, 민족 등을 사유하던 재일 조선인 청년이 먼 길을 돌아 다시 조국의 그림으로 귀환했다. 미술 기행서의 거의 첫 붐을 일으켰던 ‘나의 서양미술순례’(1993) 이후 20년만에 서경식 교수(63ㆍ도쿄케이자이대 법학부)가 ‘나의 조선미술순례’를 최근 출간했다.

조선 후기의 화가 신윤복과 일제 강점기의 작가 이쾌대, 그리고 현존 작가 윤석남, 신경호, 송현숙, 홍성담, 정연두, 미희(나탈리 르무안) 등의 작품 세계, 인터뷰, 그리고 한국과 한국 미술에 관한 저자의 사유를 담았다.

나의 조선미술 순례 / 서경식 지음·최재혁 옮김 / 반비

재일 조선인으로서 저자는 “‘나는 무엇인가?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미술이라는 거울을 통해 찾아보려는 순례의 여행이었다”고 이 책에 대해 말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가족과 민족, 국민, 국가, 근대라는 개념을 사유하고 성찰한다.

그는 ‘한국미술’이나 ‘우리 미술’이라 하지 않고, 제목부터 ‘조선미술’이라 했으며, ‘우리’와 ‘미술’ 사이에는 빗금을 넣어 ‘우리/미술’이라 호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조선 미술은 조선시대의 미술이 아니다. ‘조선’이라는 말을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더 넓은 차원에서 바라본 총칭으로 사용했다. 또 일본에서 나고 자란 저자로서 ‘조선’이라는 말이 ‘학대’를 받아온 호칭이기 때문이라고도 굳이 제목으로 내건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미술’은 ‘우리’ 혹은 ‘민족’이라는 개념이 자연적이며 자명한 본질이나 만고불변이 것이 아닌 근대 이후의 역사적 구성물임을 보여주자는 의미를 담은 표기다.

여기에는 ‘이산’(離散), 즉 고향을 떠난 이들(디아스포라)까지 포괄하는 민족이라는 뜻이 담겼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며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 2세인 저자의 처지가 그렇거니와 이번 책에서 탐구와 인터뷰 대상이 된 파독 간호사 출신의 재독 작가 송현숙, 벨기에 입양 한국계 작가 미희에서 ‘디아스포라’로서의 정체성이 “나란, 우리란, 민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중요한 화두가 된다.

저자는 “디아스포라는 결코 애처러움이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안주하고 있는 ‘국민, 인종, 문화의 동일성’이라는 관념이 얼마나 허구에 차 있으며 위험한가를 일깨워주는 존재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저자 서경식은 1974년 와세다대학 문학부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일본의 대학 교수이자 재일 조선인 지식인으로서 일본의 우경화와 국민주의를 비판해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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