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국제유가 폭락→美 조기 금리인상(?)’

국제유가 급락 후폭풍에다 미국 중앙은행의 조기 금리인상론까지 겹치며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일(현지시간) 발간한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은 미 전역의 경제가 긍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한발짝 더 다가선 것이다.

그러나 돈줄을 죄려는 미국과 달리 유럽과 일본, 중국까지 돈을 푸는 ‘엇박자’ 통화정책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 폭락이 달러 강세를 부추기며 국제 외환시장 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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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통화인덱스=일본 엔화가 주요 교역 대상 통화에 비해 얼마나 절상 혹은 절하됐는지 보여주는 실효환율의 일종. 주요 25개국 통화 경쟁력을 판단하는 지수로 2008년=100 기준.

▶‘온화’하지 않은 베이지북=Fed는 이날 베이지북에 항상 써왔던 ‘점진적’(modest) 또는 ‘완만한’(moderate) 확장이라는 표현을 뺐다. 미국 중앙은행이 경제전망을 낙관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은 2일 워싱턴 강연에서 “제로금리 유지에 붙이는 ‘상당기간’이라는 표현을 삭제할 시기가 온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피셔의 발언은 이르면 이달 16~17일 열리는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성명에서 “상당기간”이라는 표현을 다른 말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긴축이 머지 않았다는 의미다.

▶유럽ㆍ日ㆍ中은 디플레 공포=그러나 ‘디플레 포비아(공포)’에 걸린 유럽과 일본, 중국은 팽창적 통화정책으로 미국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시장은 4일(현지시간) 개최되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는 지난달 “경기하락이 예상된다면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ECB가 국채 매입에 나설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은 15년 디플레 망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미 유례없는 질적ㆍ양적완화를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가하락이 디플레 탈출에 걸림돌이 되자 일본 중앙은행은 추가완화도 불사할 태세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말 추가 완화를 한차례 단행했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보은행 총재는 “물가상승률 목표인 2%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하겠다”며 돈풀기에 끝이 없음을 시사했다.

경기둔화가 계속되고 있는 중국은 지난달 22일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대출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금리인하 조치로 유동성 공급이 기대만큼 빠르게 이뤄지지 않자 추가 금리인하와 1~2개월내 지준율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디플레가 중국의 채무 부담을 늘리고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치를 3.5%로 잡았지만 2%를 넘기 힘들 것으로 예측됐다.

▶중앙은행 엇박자에 금융시장 살얼음판=’미국 vs 유럽ㆍ일본ㆍ중국’으로 대변되는 중앙은행 통화정책 엇박자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 달러와 증시는 전례없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산유국 통화를 중심으로 외환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미국 경제는 나홀로 독주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 증시는 3일 베이지북의 낙관적 경기전망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3.07포인트(0.18%) 오른 17,912.62로 거래를 마쳤다. 올들어 10.49% 상승한 것이다.

또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표한 닛케이통화인덱스(엔화기준 실효환율, 2008년=100기준)에 따르면, 달러는 올해 상승률이 7.7%로 최대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3일 88.94로 이틀 연속 상승해 90선에 바짝 다가섰다. 달러인덱스 90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3월 ‘슈퍼달러’ 수준이다.

달러 강세는 지난 6월 이래 40% 폭락한 국제유가가 부추긴 면이 있다. 저유가는 산유국 통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을 강화시킨다.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가처분소득이 증가한 미국인이 소비지출을 확대하면서 경제를 밀어올려 ‘강달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반면 달러 대비 엔화 약세는 가파르다. 엔화는 달러당 120엔을 눈앞에 두고 있다. 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19.67엔에 마감했다. 엔화는 올들어 14% 평가절하되며 7년 4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한편 산유국 러시아는 서방제재와 유가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루블화는 연초대비 63%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일 러시아의 루블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역대 최저치(54.90)로 떨어졌다가 러시아 중앙은행이 통화 가치 회복을 위해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반등(2.1%)에 성공했다.

앞서 루블화는 6일 연속 16% 절하돼 1998년 러시아 디폴트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국제 외환시장 위기감 고조=이처럼 하루 5조달러 규모의 통화가 거래되는 국제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이치방크가 주요 9개 환율의 3개월 내재 변동성을 가중평균해서 산출하는 통화변동성지수(CVIX)는 2일 9.02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1년래 최고 수준이다.

주요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탈동조화 현상과 중국과 유럽 등 전세계적 성장 정체,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불확실성을 부추긴 탓으로 풀이됐다.

모간스탠리의 외환 전략부문 대표 지프 켄드릭은 “우리는 지금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며 “모든 것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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