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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문건’ 찌라시 일축하고 유출도 조기진화 못한 김기춘 왜?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이른바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태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파문 조기 진화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걸로 나타나 의구심이 커짐과 동시에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문건 내용이 김 실장 자신의 교체설을 ‘비선(秘線) 실세’ 정윤회 씨가 주축이 돼 유포하려 한다는 것이었지만, 김 실장과 청와대는 “찌라시 수준의 정보”라고 판단하고 문건 작성자인 경찰 출신 박관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현 경정)을 교체하는 걸로 매듭지은 점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문건 생산의 계기는 비교적 명확했다. 지난해말부터 시중에 떠돌던 ‘김기춘 실장 교체설’이 계기였다. 이에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박관천 전 행정관에게 이 루머의 진원지 등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조 전 비서관이 “실장이나 수석이 시킨 것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내가 우리 방에 알아보라고 했고, 박 경정이 그 중 비교적 명확한 얘기를 보고했던 것 같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대목이다.

이에 박 전 행정관은 1월 6일자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을 만들어 조 전 비서관에 보고했다. 루머 확인 지시 이후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문건 작성이 완료된 셈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 문건을 토대로 김기춘 실장에게 대면보고를 한 걸로 알려졌고, 이후 김 실장의 반응이 일반의 상식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실장은 당시 “찌라시 수준으로, 사실 확인이 안됐고 증거도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

김 실장 본인을 뒤흔드는 루머의 진상을 파악하려한 휘하 비서관의 보고를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걸로 일축한 셈이다. 문건의 주요 문장들이 ‘~하였다 함’ 등 전언을 종합한 문체로 돼 있다는 점을 김기춘 실장은 지적하고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낸 걸로 풀이되지만, 국정 운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내용인 만큼 추가 조사 등을 지시하지 않은 건 의문이다.

박 전 행정관은 문건이 김 실장에 보고된지 한 달여 뒤 경찰로 ‘좌천성’ 원대복귀했다. 문건 유출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정윤회ㆍ‘비서관 3인방(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간 권력다툼의 산물이 아니냐는 추론이 점차 힘을 받고 있는 최근 상황과 맞물려지면서 김기춘 실장이 불필요한 오해ㆍ구설을 피하기 위해 문건을 덮으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 문건에 대해 ‘찌라시’라는 입장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문건이 찌라시 수준이라는 입장을 바꾼 적은 없다”고 재확인했다.

김기춘 실장은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위 사실이 담긴 또 다른 문건의 유출을 조기 진화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 4월 비리를 저지른 청와대 행정관들이 징계없이 원래 소속 기관을 복귀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는데, 이게 민정수석실 내부 문건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이 또한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청와대는 유출자 색출에 나섰으나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으며, 유출 책임을 지고 조응천 전 비서관은 옷을 벗었고 민정라인은 물갈이 됐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유출된 문서 회수엔 실패한 걸로 전해지고 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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